PF사업장 정상화, 국감 등 현안 산적 '도피성 출국' 비판 여론도 의식한 듯
5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김성태 행장은 당초 해외 기관투자자와의 소통을 위해 참석을 저울질했으나, 결국 모로코행(行)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뒤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9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지는 IMF·WB 연차총회는 경제 전망은 물론 금융체계와 경제개발 등 여러 현안을 논의하는 행사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한 전 세계 경제·금융계 인사가 모이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우리 금융권에선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 등이 회의 참석차 출국한다.
IMF·WB 연차총회는 기업은행에도 인지도를 쌓고 해외 기업과 파트너십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이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출장이 여의찮았던 윤종원 전 행장을 제외하고 조준희·권선주·김도진 등 역대 행장은 모두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사업 기회를 모색해 왔다.
그러나 김 행장의 불참은 녹록지 않은 국내 상황을 고려한 결정으로 읽힌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가계와 금융, 기업을 아우르는 우리 경제 곳곳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정부도 서둘러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민간 금융회사와 함께 마련한 21조원 규모의 재원을 바탕으로 현장에 자금을 투입해 PF사업장과 건설업 정상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기업은행 역시 국책은행으로서 무거운 임무를 떠안았다.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이달부터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매입, 중소‧중견 건설사 보증 등으로 약 7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게 대표적이다. 별도로 기업은행은 유암코와 손잡고 1500억원 규모의 정상화 펀드를 조성해 비(非)주거 PF 사업장과 하도급 등 관련 중소기업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따라서 김 행장도 정부의 프로그램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은행 차원에서 주어진 과제를 이행하는 데 신경을 쏟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시선도 있다. 현시점에 정부 측 인사가 섣불리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간 산적한 현안을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서다. 윤희성 수출입은행장 등 국책은행장이 이번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사모펀드 사태와 횡령 등 사건 사고가 잦았던 올해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싸늘하다. 국감에서 벗어나려는 '도피성 출국'으로 비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5대 금융그룹 회장의 경우 이번에도 출장을 명분 삼아 증인 채택을 모면했는데, 외부에선 종합 감사 때라도 이들을 소환해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김 행장이 연차총회에 불참키로 결정한 것은 맞지만, 정확한 배경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면서 "국내외 경제 상황을 두루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된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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