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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불황에 소주도 안팔린다

유통·바이오 식음료

불황에 소주도 안팔린다

등록 2023.10.18 13:16

수정 2023.10.18 16:46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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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서민의 술' 아니다···소주 값 6000원 본격화 가능성↑불황에 강한 소주는 옛말···올해 상반기 소매점 매출 7.1% 감소

경기가 어려울수록 잘 나간다는 '서민의 술' 소주가 올해 들어 판매량이 둔화하고 있다. 엔데믹과 함께 주류 시장이 회복되는 추세지만, 소주 판매량은 아직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집에서 마시는 '홈술' 선호 현상이 굳어지면서 와인·위스키·하이볼 등 고급 주류 시장이 커지고 주종 선택의 폭이 넓어진 영향이다.

소주 시장은 주춤한데 가격 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까지 짙어지고 있다. 소주의 핵심 원료인 주정 가격이 2년 연속 인상되고, 병·뚜껑 등 원자재와 물류비 등이 올라서다. 더욱이 증류주 종량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세법 일부개정안이 최근 발의됐는데, 해당 세율이 적용되면 소주의 주세가 높아지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주정도 병도 올랐는데, 주세도?"···소주 값 6000원 시대 본격화하나

불황에 소주도 안팔린다 기사의 사진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3일 증류주에 종량세 도입을 목적으로 하는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현행법상 증류주는 출고원가의 72% 세율을 적용하는 종가세로 주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알코올 도수별로 세분화해 ㎘당 주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정하고 위스키 등 고급 증류주의 세 부담을 완화하자는 게 골자다.

다만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희석식 소주의 세 부담은 높아진다. 현재 소주에는 총 3가지의 세금(주세·부가세·교육세)이 부과되는데, 현재 출고가가 약 1200원 미만인 소주의 주세는 400원이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른 세율인 ㎘당 156만3260원(알코올이 11도를 초과하고 21도 이하인 경우)이 적용되면 소주 한 병(360㎖) 당 주세는 약 562원이 된다.

소주는 이미 가격 인상 요인이 다분한 상황이다. 소주의 주요 원료인 주정 값이 작년에 이어 올해 4월 또 다시 인상됐다. 병·뚜껑 값도 올랐다. 병과 같은 원자재는 공병 수거율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 가능하지만, 주정은 소주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소주 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동안 소주업계는 주정 가격이 오르면 한두 달 내로 출고가를 인상했다.

하이트진로·롯데칠성 등 소주업계는 올해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당분간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최근 맥주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맥주는 물론 소주 가격 인상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 희석식 소주에 붙는 세금 3가지를 종합하면 한 병당 출고가의 53% 정도가 세금이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에 따라 알코올 도수로 주세를 책정하면 소주의 주세는 오르게 된다"면서도 "소주는 특수성이 있어 다른 증류주와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고, 당장 논의되는 분위기도 아니어서 내부적으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불경기인데 소주 매출 '주춤'···유흥 시장 회복도 아직

불황에 소주도 안팔린다 기사의 사진

소주는 예로부터 경기가 어려울수록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으로 통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성장세가 꺾인 소주 판매량은 예년만큼 회복되지 못 하고 있다. 특히 소주는 식당·주점 중심의 유흥 시장이 주요 판매 채널이었는데, 업게에 따르면 유흥 시장의 회복세도 더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주 소매점 매출(마켓링크 기준)은 1조17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감소했다. 지난해 소주 시장 규모는 2조4856억원으로, 코로나 대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2조5130억원)보다 3.3% 감소했다.

소주는 특성상 날씨가 무더운 2·3분기보다 찬바람이 부는 1·4분기에 잘 팔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소주 매출은 감소세다. 올해 1분기 소주 소매점 매출은 60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6638억원)보다 8.8% 감소했다. 제조사별로 보면 하이트진로가 11.8%, 무학이 7.5%, 대선주조는 13.4% 매출이 감소했는데, 롯데칠성만 처음처럼 '새로'의 선전으로 5.1% 증가했다.

소주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출고가가 인상될 경우 식당·주점의 '소주 값 6000원 시대'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통상 소주·맥주의 출고가가 오르면 식당·주점은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조정한다. 식사나 안주 등의 식자재 가격이 오를 때마다 메뉴 가격을 조정하기 어려운 만큼 주류 가격을 인상해 손실을 충당하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이 소주·맥주 출고가를 인상하면 음식점에서는 각각 1000원씩 가격을 인상할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더욱이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위축된 유흥용 주류 시장은 가정용 주류 시장과 비교해 회복세가 더디다. 코로나 이전 유흥 시장과 가정 시장의 비율은 7대3정도로 추정됐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 이후 단체모임 등 외식 수요가 줄면서 3대7로 역전됐다. 현재 유흥 시장은 가정 시장과 비슷하거나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유흥 시장이 컸지만, 코로나 이후 가정 시장이 커지면서 현재 유흥 시장이 조금 못 미치거나 반반에 가깝다"며 "코로나 동안 단체 술자리가 줄고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류의 소비 패턴이 달라진 영향"이라고 추측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성장세가 가파른 주종은 위스키다. 저가형과 고가형 모두 잘 나간다. 와인의 경우 작년까지 시장이 커지다가 최근 성장세 자체는 둔화했다"며 "코로나 이후 가정 시장이 커지면서 편의점 주류 판매 비중이 높아졌는데, 편의점 주류 트렌드를 보면 요즘 유행하는 주종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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