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사업 묶어 효율 높이고 시너지 극대화김 부회장 중심 승계·기업가치 제고 동시 진행사업재편 수익성 뒷받침돼야···경영능력 중요
지난 5월 23일 한화오션의 출범으로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의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이 완성됐다. 한화는 한화오션에 이어 선박엔진 전문기업인 HSD엔진까지 인수하면서 선박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아우르는 조선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됐다.
한화오션을 품은 한화는 우주·방산 사업을 넘어 해양 사업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방산 완전체를 완성했다.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의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면서 김승연 회장의 숙원이었던 '한국판 록히드마틴'에도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육해공 방산 완전체 완성···김동관, 오션 경영정상화 집중
특히 방산사업을 진두지휘하는 김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도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김 부회장은 2030년 글로벌 방산 톱10을 목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 방산 사업구조 재편에 힘써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한 이후 지난 4월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 부문을 인수해 방산사업을 하나로 모았다. 이에 따라 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의 항공기 엔진·부품, 유도무기 엔진, 우주발사체 등 항공·우주사업에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 사업까지 쥐게 됐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하기 앞서 자체사업에서 물적 분할했다. 이와 더불어 100% 지분을 가진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는 사업구조 재편도 단행했다.
㈜한화의 자체사업으로 편입된 건설은 내실 위주의 안정성과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건설과 합쳐지면서 그간 지분이 흩어져 있던 한화생명의 지분이 ㈜한화로 통일돼 지배력이 강화됐다.
또 ㈜한화는 협동로봇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모멘텀의 로보틱스 사업을 분리한다. ㈜한화가 로보틱스 사업을 현물출자하고 한화호텔앤리조트는 현금납입해 각각 68%와 32%의 지분을 갖는 형태다. ㈜한화는 이를 통해 계열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독립적으로 로봇사업을 육성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한화정밀기계 인수 철회, 반도체 전공정 사업 양도 등을 결정한 ㈜한화는 태양광과 이차전지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국내 함정 전투체계 분야의 1인자인 한화시스템과 내년부터 본격적인 협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한화그룹의 육상 분야 방산 수출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상분야의 수출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적자에 시달린 한화오션은 대규모 수주에 힘입어 올해 흑자전환, 내년부터 이익증가가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한화오션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방산업 확장에 따른 김 부회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향후 한화오션의 경영정상화 속도에 따라 김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더욱 부각될 것이란 얘기다.
갤러리아 가져온 김동선, 그룹 유통사업 진두지휘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한화솔루션도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경영 효율화와 삼형제간 교통정리를 마무리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1일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분할했고,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승격됐다.
이에 따라 기존 ㈜한화→한화솔루션→한화갤러리아로 이어졌던 지배구조는 ㈜한화→한화갤러리아로 전환됐다. 이 같은 사업 재편을 통해 김 부회장이 거느렸던 갤러리아 부문은 자연스럽게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에게 넘어갔다.
갤러리아를 떼어낸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제품 생산·판매 기반의 케미칼 사업 부문과 태양광에너지 등 관련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에 집중한다. 김 전무 체제로 독립한 갤러리아는 백화점 사업 및 도·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유통 사업에 치중하게 됐다.
지난 2021년 한화솔루션에 흡수됐다가 2년 만에 다시 독립한 갤러리아는 지주회사격인 ㈜한화 밑으로 들어왔다. 한화그룹 삼형제가 각자가 맡은 사업을 떼어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한화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 한화갤러리아 등을 관계사로 두고 있다.
'초고속 승진' 김동원, 글로벌 금융사업 경영성과 주목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지난 2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화생명은 이번 인사에 맞춰 기존 5부문, 8본부의 편제를 3부문, 13본부로 변경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입사 9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 디지털혁신실 상무, 해외총괄 겸 미래혁신총괄, 최고디지털전략챔임자(CDSO) 겸 전략부문장 등을 거친 뒤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역임하며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략을 이끌어 왔다.
김 사장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아 한화생명의 해외 사업을 총괄한다. 김 사장이 향후 한화생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과를 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한화그룹 금융사업의 핵심계열사인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을 자회사와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김 사장이 초고속 승진을 통해 영향력을 키운 건 한화그룹 삼형제의 교통정리와 연관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장 자리에 오른 김 사장은 금융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며 '독립 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화생명 측은 김 사장의 승진은 신사업인 해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였다며 선을 그었다.
한화그룹은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유사한 사업을 모아 시너지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 삼형제는 각각의 핵심 사업 분야를 확실하게 나눠 갖게 되면서 3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하게 됐다. 사업재편 효과는 수익성 개선이 뒷받침돼야 극대화되는 만큼 삼형제의 경영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의 최근 사업구도 변화는 기업가치 제고를 수반하는 것으로, 승계에 관심이 매몰될 필요는 없다"면서도 "수익성에 대한 기대는 단기적으로 낮춰야 하겠지만 성장기반이 강화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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