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표심, 브랜드보다 건축 설계력 건설사 해외 명문 설계사 트렌드 선도도시경관 개선 인센티브, 해외 협업 확산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미국·독일·영국 등 글로벌 건축 설계사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이다. 강북 최대 재개발 구역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삼성물산은 독일의 세계적 설계사 UN 스튜디오와 손잡고 수주에 성공했다. UN 스튜디오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두바이 미래 교통 허브, 싱가포르 복합업무단지 등 굵직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 과정에서 SMDP(건축설계)와 LERA(구조설계) 등 해외 설계사와 협업했다. 특히 SMDP는 '나인원 한남', '래미안 원베일리' 등 초고가 주택 설계를 맡았던 명문 설계사로, 정비업계에서도 고급화 전략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사업지 선정 단계에 있는 시공사들도 해외 설계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수주전에 나선 GS건설은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립한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와의 협업을 내세우며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조합이 직접 해외 설계사를 특화설계 파트너로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영국 런던의 디자인 전문 건축회사 헤더윅 스튜디오를 설계사로 낙점했다. 헤더윅은 2023년 서울시와 '서울 도심 재설계 마스터플랜'을 공동 발표한 바 있는 디자인 설계의 강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보다 '누가 설계했는가'가 조합원의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며 "해외 설계사는 조합원들에게 상징성과 희소성을 줄 수 있어, 수주 경쟁에서 효과적인 무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반론도 있다. 대부분의 해외 설계사들은 외관 디자인에만 참여하고 실제 평면 설계나 세부 공간 구성은 국내 업체가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선 "결국 수백억 원을 들여 유명 설계사의 '이름값'을 사오는 셈"이라며 실질적인 차별화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건축 공정 전반을 해외 설계사가 주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효율성이나 비용 대비 효과는 향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정비사업 시장에서 해외 설계사 영입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도시경관 개선을 위해 우수 디자인 건축물에 대해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어 차별화된 외관 설계는 곧 사업성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설계사 영입은 단순한 마케팅 요소를 넘어 정비사업의 위상과 지역 이미지 자체를 재정의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강남권 일부 고급 재건축 단지에선 조합 측이 직접 해외 설계사 리스트를 제시하거나 '특화 설계안'을 입찰 조건에 포함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크더라도 수주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투자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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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3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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