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명예회장 지분 취득 후 공개매수가 상향조현범 회장 측, 추가 지분매입 가능성 내비쳐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 높아···소액주주 피해 우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1주당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했다. 지난 15일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06% 급락한 1만5850원에 마감했다. 이날 주식을 매입한 소액주주들이 MBK파트너스 측에 주식을 넘긴다면 51.4%에 달하는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지난 15일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급락했던 이유는 조현범 회장이 경영권을 지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지난 14일 2.72%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차남 조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이후 공개매수 가격 상향 데드라인이었던 15일 장 마감까지 MBK파트너스 측의 대응이 나오지 않자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조현식 고문과 MBK파트너스 측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싱겁게 끝날 줄 알았던 경영권 분쟁이 재차 격화됐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린 데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까지 조현식 고문을 공개 지지해서다.
장녀 조희경 "지분 매입 아버지 뜻 아냐"···우군 늘린 조현식
조 이사장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내고 "경영권 분쟁을 가져온 최초 원인 제공자는 조현범 회장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앤컴퍼니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동생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의 입장을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조 이사장은 아버지인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이 본인의 의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건강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조 회장이)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조 이사장의 주장이다.
금감원도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MBK파트너스 측은 지난 15일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공개매수가인 2만원 이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높은 단가에 주식을 사들였다는 게 MBK파트너스 측의 입장이다.
MBK파트너스는 조 명예회장이 공시 관련 규정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조현식 고문과 조희원 씨 등을 특별관계자에서 제외하면서 조 명예회장의 지분변동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단 시장은 조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조 명예회장의 지분 취득으로 45%를 넘어섰다. 조 고문 측이 시중의 유통물량 대부분을 취득해야 최대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장남 조 고문과 장녀 조희경 이사장, 차녀 조희원씨의 지분을 모두 합친 지분율은 32.26%다. MBK파트너스 측은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최소 20.3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내년 주주총회에서 이사 지명을 통해 이사회의 과반 이상을 장악할 수 있다.
오는 24일까지 주식 공개매수가 진행되는 동안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의 지분 매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경영권 준비는 끝났고 자금여력도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면서 보유지분 전량을 정리했던 조 명예회장은 수천억원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분 경쟁 격화로 주가가 오르면 조 회장은 더욱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주가가 한 차례 급락하긴 했지만 남은 일주일 안에 2만4000원을 뚫을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주가가 다시 공개매수 가격 밑으로 떨어진다면 '형제의 난'은 사실상 실패하게 된다.
국민연금·유통주식 수 조 회장에 유리···"소액주주 투자 유의해야"
3.80%의 지분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도 조현범 회장 편에 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 업계 1위 기업에 대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시도에 국민연금이 참여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조 회장 측은 "적대적 M&A 시도에 맞설 준비가 끝났다"며 경영권 방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물량을 고려하면 애초에 승부가 정해져 있는 싸움이라는 얘기다. 특히 MBK 측의 공개매수 가격 상향에 대응해 추가적인 지분 취득 가능성도 시사했다.
조현범 회장 측 관계자는 "기존 유통 가능한 주식물량이 약 26% 정도였고,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 이후 유통물량은 더 줄었다"며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조현범 회장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의 목표 지분율인 20.35%는 유통주식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어 "MBK파트너스 측에 대항해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할 계획은 전혀 없지만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지분 매입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MBK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려 주가 변동이 있을텐데, 향후 소액주주들이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 가격인 2만4000원에 주식을 모두 매수해주는 것이 아니고 지분율이 최소 20.35%가 되지 않으면 단 1주도 매수하지 않는다"라며 "개인투자자들의 위험 부담이 큰 조건부 공개매수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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