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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대졸 시대와 저출산 고령화

등록 2024.01.11 07:19

2023년의 합계출산율은 0.7을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떨어지다 보면 그 기울기가 줄어들거나 반등하기 마련인데 현재로서는 전혀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요새 지자체 '인구 대책' 회의에 여기저기 따라다녀 보면 이제는 '대책'이 아니라 '적응'이 키워드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기준으로 '느린 질식' 상황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 지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내놓으라 한다.

물론 뾰족한 수가 없으니 그러리라 생각은 들지만, 다른 한 편에서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분명히 지방에서 청년이 떠나는 이유, 전국적으로 농어촌 도시 할 것 없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고, 또 일정 부분은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적응하라니. 최근 '피크 코리아(Peak Korea)'나 "그동안 대한민국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행어인데, 정치와 정책도 관성을 깨기보다 관성에 적응하려는 것이 안타깝고 또 화가 난다. 물론 기저에는 작동하지 않는 중앙의 정책, 돈과 제도 그리고 인적자원이 부족한 지방 정부의 상황이 있겠지만 이렇게 라면 정말로 '느린 질식' 상황이 '쇼크사'로 정리될 것만 같다.

저출생 고령화 대책 예산의 많고 적음이나, 의지의 충분함과 불충분함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좀 더 면밀한 분석을 위해 키워드 하나를 던져보자면 바로 '대졸 사회'다.

대한민국은 '압축 성장'만큼 대졸자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대학 진학률은 1980년대에 20%, 90년대에 50%, 1995년 5.31 대책 이후부터 대학 설립이 우후죽순 늘어난 이후 2000년대부터 70~80%로 늘어났다. 만학도까지 고려하면 거의 모두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대학에 간다. OECD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25~34세 중 남성 가운데 63%,여성 가운데 76%,전체로 보면 69%가 고등교육을 마쳤다. 2위인 캐나다가 66%, OECD 평균은 47%다. 일반적인 선진국보다 20% 이상 대학에 많이 가는 것이다.

여성이 76%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25~34세의 여성 중 4분의 3이 고등교육 졸업자다. 교육부가 제공하는 대학 통계를 살펴보자면 한국에서는 2000년부터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여학생 숫자가 남학생을 추월했다. 2010년 기준으로 전국적인 고등교육 입학자에서 여학생이 더 많아 지기 시작했다. 대졸자가 청년인구의 '보편 학력'을 구성하고, 대학에 여학생 숫자가 더 많아진 상황이다.

2000년부터 고등교육에 진입하는 여학생 숫자가 남학생을 추월할 것과 현재의 저출생 고령화는 타임 테이블을 집어넣으면 얼추 그 상관성을 이해할 수 있다. 대졸 인구를 받아낼 수 있는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문제, 즉 미스매치의 문제가 먼저 떠오른다. 동시에 동등하게 고등교육을 마치고 나온 여성을 사무직 정규직 또는 전문직 시장에 진입시킬 수 있는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문제, 그리고 '커리어 패스'를 설계하려고 아등바등하는 여성 청년들을 받아줄 수 있는 정책과 사회적 준비의 문제가 따라나오는 것이다. 선망직장(공공부문 + 대기업) 정규직 공채사원에서의 여성 비율이 잘 알려진 논의의 시작이고 출산 휴가 육아휴직부터 직장 어린이집으로 이어지는 일가족 양립 제도가 좀 더 전개된 형태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공간적 측면을 고려하자면 여성 정규직 일자리 자체가 없는 제조업으로 연명하는 지방 산업 도시의 노동시장, 성별 관계없이 아예 인문 사회계열 출신의 정규직 일자리가 없는 지방의 현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더불어 대학 입학을 계기로 서울로 떠나는 지방 청년과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24세 이후에 떠나는 청년들이 수도권의 선망 직장 리그에서 어디에 배치되고 어느 지역에 주거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논의 또한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과 집값, 일자리 모두가 저출생 고령화를 만드는 스트레스와 연결되어 있다.

고졸 생산직으로 지방에서 그럭저럭 살게 되는 모델은 단언컨대 주류 가족경제 모델이 될 수 없다.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그 학력에 맞는 노동시장의 위치에 입직하려는 청년들과 대졸 사회에서 '사람 구실'을 하길 기도하는 부모 세대를 두고, 독일의 생산직 직업훈련 모델을 제시하는 정책 담론과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문제 삼는 방식의 사회적 담론은 갈등과 적대만 양산할 따름이다.

앞서 언급한 우리만큼 대학을 많이 가는 캐나다의 합계 출산율은 1.4다. 물론 인구와 영토가 주는 넉넉함을 고려해야겠지만, 대졸 사회에도 정책, 정치, 사회가 모두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충분해 보인다. 대졸 사회 청년 세대의 각 계층의 요구에 맞게 산업정책, 노동정책이 작동하고 동시에 사회정책이 작동해야만 그나마 한 발짝이라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무기력에 적응하려는 관성을 깰 수 있는 새로운 화두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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