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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신용 사면에 이자 캐시백까지···선심성 정책에 금융권 우려 확산

금융 금융일반

신용 사면에 이자 캐시백까지···선심성 정책에 금융권 우려 확산

등록 2024.01.17 17:27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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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금융 방안 발표 3주 만에 신용사면 정책 추가 발표"총선 앞두고 쏟아지는 선심성 정책 취지 의심스러워""데이터 거짓말 말해···성실 상환자 역차별 문제 지속"

정부가 '상생 금융'을 전면에 내걸고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며 금융권에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개최했다.

이날 금융위가 밝힌 상생 금융 방안에는 그동안 발표됐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상향, 이자 캐시백,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신용사면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단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무리한 정책으로 금융사들이 리스크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민생토론회 주요 내용 관련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민생토론회 주요 내용 관련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지난해 정부는 은행의 이자 장사 행태를 꾸준히 지적했고 이후 '횡재세(초과이윤세)'를 언급하며 은행권 압박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한국거래소에 열린 민생 토론회에 참석해 "반도체 회사의 수익이 6조원 정도고 그 수익은 다시 재투자되는데 은행권 수익이 60조에 달한다"면서 "은행권의 사상 최대 이익에 대해 고금리를 등에 업고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이자 장사한다는 비난들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압박에 최근 은행권은 자체적으로 약 187만명의 개인사업자에게 1조6000억원 수준의 이자를 환급하고 기타 취약층을 위해 4000억원을 지원하는 상생 금융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대출금 2억원을 한도로 1년간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를 차주당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은행권이 상생 지원 발표에 나선 지 3주가 지난 16일에는 금융당국의 '신용사면' 정책이 잇달아 발표됐다. 2021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자 중 오는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한 이들의 연체기록이 삭제되며 대상자는 총 290만명에 달한다. 또한 폐업 이력이 있는 재창업자 중 성실 경영 심층 평가를 통과자의 경우 회생, 파산 등 부정적 신용정보의 금융기관 공유를 제한한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선심성 정책이 금융사의 리스크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군다나 총선을 앞둔 만큼 '표심'을 잡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거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코로나19 등 어려운 시기에 많은 이자수익을 많이 얻은 만큼 상생에 나서는 것에는 동의한다"며 "단 총선을 앞두고 은행에 '악당 이미지'를 씌우고 은행의 수익을 사금고처럼 쓰며 생색을 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은행이 총선을 도와주는 모양새가 되며 취지가 의심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신용 사면의 경우 기존 성실 상환자와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헛된 기대감을 키워 연체가 불어나는 부정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채무자에게 재기 기회를 주는 것은 좋지만 지속되는 선심성 정책에 역차별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대상도 선별하지 않고 무작위로 선심성 정책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용사면 받은 이들이 재기에 성공해 더 이상 연체를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연체율이 올라가면 금융사는 대출 커트라인을 올려야 하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사회초년생 등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의 대출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적극적인 관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정부의 개입이 두드러지는 측면이 있는데, 금융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감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적극적 관치가 심할 경우에는 금융사가 정부의 눈치만 보게 되는데 이 경우 역량을 키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사 시장 스스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정부의 유도 하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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