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EC 조건부 승인이후 아시아나 화물 매각 본격화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인천 등 4곳 유력제주항공 자금력 우위···벌써부터 매각가 협상 눈치싸움
아직 공식적인 매각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이지만 벌써 '1강 3중'으로 4파전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매각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가 뒤바뀌는 만큼 키를 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셈법도 복잡한 상황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은 유럽 진행위원회(EC)가 승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다음 달부터 공식 절차를 시작할 전망이다.
예비 원매자로는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이 거론된다. 특히 현재로서는 화물사업에 뛰어든 제주항공이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지목된다.
손사래 친 제주항공···그럼에도 유력 '1순위'로 지목되는 이유
이들 후보군 가운데서도 제주항공이 '1순위'로 지목되는 이유는 '자금력'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의 단독입찰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아직 절차상 입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입찰 참여 여부를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가격은 5000억~7000억원 정도다. 여기에 부채도 1조원은 떠안아야 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1조5000억원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대금인 셈이다.
추후 화물기 투입 등 추가지출까지 감안하면 자금력을 갖춘 국내 항공사는 제주항공으로 좁혀진다.
제주항공의 경우 단기금융자산을 합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9월 기준 3455억원에 달해 상당 부분 자체 충당이 가능하다. 여기에 모그룹인 애경그룹이 지원에 나설 경우 인수 타 항공사 대비 투자 재원 마련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특히 제주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여객과 화물 매출 다각화를 추구하고 있다. 2022년 6월 B737 화물기를 최초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B737 2호기를 도입하면서 현재 일본, 베트남, 중국 노선에서 화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다만 제주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입찰과 관련 말을 아끼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중소형 화물 위주의 제주항공 화물 사업과 아시아나항공의 대형 화물 사업은 차이가 있다"며 "입찰 참여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전의 카드 쥔 '3중'···FI 물밑 접촉
현재 제주항공이 독보적인 '1강' 구도를 형성한 상황에서 나머지 '3중' 항공사들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경우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의 지원으로 자금력을 확보한 만큼 또 하나의 유력 후보로 지목된다. 지난해 1월 1500억원을 들여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며 자금을 확보해 둔 상태다.
현재로서 인수 가능성이 가장 큰 제주항공도 모회사인 애경그룹이나 재무적 투자자(FI) 없이는 인수가 어려운 만큼 에어프레미아·에어인천 등도 FI만 확보하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일부 LCC는 인수전 참전을 희망하는 FI들과의 컨소시엄 구축 논의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해운사인 HMM 인수전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LX그룹 등도 종합물류기업으로의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유력 LCC와 뜻을 모아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심은 있지만···" 눈치싸움 시작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과 관련 자금력에 중점을 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력 후보군은 모두 말을 아끼면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최소한의 관심은 있으나 경쟁 과정에서 매각가 협상에 불리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결국 화물사업부 매각 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매각 금액이다. 현재 매각 추정치는 5000억~7000억원인 반면 인수 후보자들은 2000억~3000억원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져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기업결합을 위해 화물사업부를 무조건 팔아야 하지만 몸값을 지나치게 낮출 경우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누적 매출은 1조1000억원으로, 화물 운임 하락을 감안해도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한 사업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인수에 관심은 있지만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다"라며 "부채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라면 굳이 인수전에 나설 생각이 없고 반면, 가격이 매력적일 경우 선을 그었던 다른 항공사들까지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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