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 제4이통사 도전기···'스테이지엑스' 기회 잡아 과열 양상 끝 낙찰가 4301억···'승자의 저주' 우려 확산미래 모빌리티로 수익화 가능성···"앞으로 행보 기대돼"
5일 정보통신기술(ITS)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파이브가 이끄는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은 전날 서울시 송파구 아이티벤처타워에서 진행된 5세대(G) 28㎓ 주파수 경매에서 최종 할당 대상 법인으로 선정됐다.
경매는 1단계 다중라운드오름입찰(1~50라운드)이 끝날 때까지 결론이 나지 않아, 2단계 밀봉입찰까지 간 끝에 스테이지엑스 측이 낙점됐다. 낙찰가는 4301억원으로 시작가 대비 여섯 배가량 뛰었다.
'연전연패' 끝, '제4이통' 드디어 주인 찾나
네 번째 이동통신사를 찾으려는 노력은 과거 2010년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 LG텔레콤·LG데이콤(구 한국데이타통신)·LG파워콤이 합병, LG유플러스가 탄생하면서 기존 SK텔레콤, KT와 함께 이동통신 3강 구도가 형성됐다. 이에 자연스럽게 제4이통사의 출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경쟁 구도가 고착화되면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제4이통사 설립을 목적으로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KMI는 2010년 처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자금 조달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퇴짜를 맞았다. 이후 KMI는 2011년 2월, 12월 그리고 2013년 2월까지 총 4차례 도전했지만, 통신업계 벽은 높았다. 이 기간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도 도전했지만 불허됐다.
2014년 2월 KMI와 IST는 사업 신청을 준비하다가 중도 포기했다. 이어서 7월 KMI가 다시 도전했지만,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외 자본의 조달 계획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재차 거부했다.
2016년 1월엔 퀀텀모바일, 세종텔레콤, K모바일이 4이통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역시 과기부가 재정 건전성 우려를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재무적인 이유가 여러 차례 발목을 잡자, 2022년 윤석열 정부 들어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먼저 전국 단위 주파수를 할당하기 위한 경매 최저 가격은 과거의 반토막 수준인 742억원으로 책정했다. 주파수 할당 뒤 3년 내 의무 구축해야 하는 최소 기지국 수도 1만5000개에서 6000개로 줄였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제4이통을 선정하기 위한 28㎓ 신규 사업자 할당을 공고했고, 세종텔레콤과 미래모바일, 스테이지엑스가 지원했다. 지난달 9일에는 세 업체 모두 주파수 할당 적격심사를 통과했다. 이달 25일부터 진행된 주파수 경매에서 스테이지엑스가 최종 낙찰 업체가 되면서 제4이통사를 향한 기나긴 도전사는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시작부터 '오버페이'···'승자의 저주' 우려 확산
정부의 파격적인 '배려'에도 경매가 과열 양상을 띠면서 금액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최종 낙찰가는 4301억원, 이는 시작가 대비 579.6%나 오른 금액으로 앞선 2018년 통신3사가 동일한 주파수를 받을 때 지급한 금액(2070억원)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당초 1000억원 대 초반이면 낙찰될 것으로 예상한 터라, 더욱 놀란 눈치다. 경매 전, 후보 업체들이 '출혈 경쟁'은 않겠다고 공언했던 상황이라 충격은 더 크다. 아직 고객도 유치하지 못했고, 뚜렷한 사업 계획도 마련되지 않은 탓에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테이지엑스의 재정 능력에 대해 의문 부호를 제기한다.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방안도 모호한 상황이다. 또 이들 형태가 의사 결정이 어려운 컨소시엄 형태라 불안감은 가중된다. 관련해 한윤제 스테이지엑스 입찰대리인은 전날 경매를 마치고 기자들한테 "(합작법인 출범은) 과기정통부랑 기간통신사업자 요건을 협의해 빠른 시일 내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당장 내년 3월까지 주파수 할당 대가 중 25%, 즉 1000억원가량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3년 차까지 기지국 6000대를 구축해야 할 의무도 진다. 기지국 하나당 3000만원이 든다고 가정한다면, 도합 1800억원이 드는 셈이다. 게다가 해당 주파수가 회절성(장애물을 피해 멀리까지 도달하려는 성질)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실질적인 서비스를 위해서는 더욱 촘촘한 기지국 설비가 요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이에 학계에서는 제4이통사의 출범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 시장 자체가 이미 포화 상태인데 예상보다 높은 할당 대가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앞서 정부가 발표한 대로 각종 지원 정책과 더불어 다방면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영향으로 통신 정책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사업성 모색'은 과제···향후 방향성은?
시작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한다는 과제를 떠안은 스테이지엑스의 행보에 업계 안팎으로 많은 관심이 쏠린다.
스테이지엑스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존에 없던 28㎓ 상용 서비스다. 앞서 말했듯, 정부의 주파수 할당 조건에 따라 3년간 90개의 핫스팟에 6000개의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간 거래(B2B)를 비롯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를 대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28㎓ 대역이 가진 주파수 특성을 고려해 대학교, 병원, 경기장, 공연장, 공항 등의 유형별 선도기업 및 단체와의 구축을 우선으로 실증한 후 확산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실증기간 내 성공 사례를 창출하고 28㎓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신규 사업자로서 서비스, 요금, 품질 등 다방면에서의 경쟁 촉진을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및 국민 편익 제고에도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5G 28㎓ 대역을 포함한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 확대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폭스콘 내 모바일 디바이스 제조 관련 계열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일각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자율주행·도심교통항공(UAM) 등 신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역 주파수가 가진 '초지연성'(LTE 대비 1/10 수준의 지연속도)이 해당 사업 개발에 필수적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초지연성은 1㎳(밀리세컨드·1㎳은 1000분의 1초)의 지연속도를 말한다. 1ms는 0.001초로 사람이 느끼기에 '동시에 일어난다'고 인식하는 속도다. 가령 자율주행차에 포착되지 않는 보행자가 갑자기 도로에 튀어나올 경우 자율주행차는 즉시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해야 하는데, 지연속도가 느리면 정지 명령이 떨어져도 사고가 난 후에 자율주행차가 멈추게 된다.
현재까지 국내에 깔린 5G 망은 3.5㎓ 중대역 주파수다. 앞서 통신 3사는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28㎓ 주파수를 포기했다. 당시 이들은 삼성전자와 애플 등이 단말기를 국내에 출시하지 않아 제대로 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통신3사에서 서비스하는 5G는 UAM, 자율주행 사업을 운영하기에는 ▲데이터 전송속도 ▲지연 시간 ▲연결성 ▲안정성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며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28㎓ 대역 주파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역이 가진 강점을 기반으로 자율주행차, UAM 등 미래 모빌리티의 상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행보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강준혁 기자
junhuk210@newsway.co.kr
뉴스웨이 김세현 기자
xxian@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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