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산업진흥원 'AI 활용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에 AI를 활용할 경우 한 번에 100만건 이상의 논문과 1010개 화합물 탐색이 가능해 질환에 맞는 타깃 발굴이 용이해진다. 연구자 수십명이 1~5년간 해야 할 일을 하루 만에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신약개발 분야는 개발비용 증가, 긴 개발기간, 낮은 성공률 등의 문제를 포함하는 지속적인 생산성 저하 문제를 겪고 있다. 신약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글로벌 빅파마들은 타깃 발굴·후보물질 도출·임상시험·기존 약물용도 변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AI를 활용할 경우 신약 개발 기간은 평균 10년에서 3년으로, 비용은 1조2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세계 시장 규모는 연평균 45.7%씩 성장해 2027년 40억350만 달러(약 5조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AI 신약개발 시장 또한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인공지능(AI) 활용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신약개발 시장은 2021년 기준 1340만 달러(178억6220만원)로 전 세계에서 9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34.6%로 성장해 5910만 달러(787억8030만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에 AI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민간 기관의 투자도 증가하고 있어 향후 한국 신약개발 시장에서 AI활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AI신약개발 지원센터 발표 등에 따르면, 국내 AI신약개발 기업은 최대 52개 기업으로 추정되고 있다.
AI기업과 제약바이오기업간 협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작년 5월 기준 협업 건수는 88건으로 집계됐으며, 약물재창출, 타켓발굴, 의약품 후보물질 발굴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웅제약은 크리스탈파이, 온코크로스, 닥터노아바이오텍과 같은 다양한 AI기업과 협업을 통해 AI신약개발에 나서는 한편, 동시에 자체적인 AI플랫폼 고도화를 위해 2021년 AI신약개발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JW중외제약, 삼진제약 등도 효율적인 신약개발을 위해 AI신약개발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 및 인력을 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제약기업 대비 낮은 연구개발 투자, 인력부족 등으로 효율적인 신약개발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AI 활용 신약개발 분야의 국내 경쟁력 수준은 낮다는 지적이다.
진흥원이 AI신약개발 분야의 특허를 분석한 결과, 출원 특허는 중국 514건, 미국 215건, 유럽 74건, 일본 51건, 한국 20건으로 확인됐고 특허 등록 동향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또 특허의 질적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국가별 피인용도 지수(CPP)와 영향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위권 내에 들지 못했다.
AI 활용 신약개발 부문의 게재된 논문수는 미국, 중국, 인도, 영국, 독일 순이었고, 우리나라는 8위로 확인됐다. 논문당 피인용 평균으로는 20개 국가 중 18위로 나타났다.
진흥원은 "특허와 논문 동향 분석 및 기술수준 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우리나라 AI 활용 신약개발 분야 경쟁력은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과 AI신약개발 기업, 국외 생명과학 분야 디지털 및 분석 리더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종합해보면, 데이터 부족과 인력확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데이터와 인력 부문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흥원에 따르면, AI신약개발 데이터는 생물학, 화학, 약리학, 임상 영역에서 수집된 신약개발 전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말한다.
데이터에 쉽게 접근해 데이터를 상세히 분석할 수 있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폐쇄된 환경에서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목적성 측면에서도 국내에서는 연구 외 목적으로 데이터를 선구축한 사례가 많아 신약개발을 위한 활용성이 낮았다. 국외 데이터는 신약개발 목적으로 생산된 데이터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은 상황이다.
데이터의 활용성 측면에서도 국내는 수집된 데이터를 단순 나열한 수준에 그쳐 재가공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데이터 활용 관련 제도적 문제도 존재하고 있었다.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가명 처리 정보의 활용 범위가 확대됐지만 가명처리정보의 재식별화 위험, 데이터에 대한 책임소재 강화 등의 한계로 여전히 활용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AI 관련 인력 부족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AI 인력 이동지수가 -0.42로 OECD 국가 중 4번째로 인력 유출이 많았던 만큼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데, 이는 AI 신약개발 분야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AI 신약개발 관련 숙련된 인력 부족 및 고용 문제가 큰 애로사항이라고 꼽고 있다. 특히 AI과 제약바이오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융합 인력 양성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진흥원은 AI신약개발 데이터 발전 방안에 대해 "국가 단위의 데이터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통합데이터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개인의 민감정보 유출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체계 마련, 장기간의 데이터 구축사업 지원 기조, 정보보호에 대한 기반 마련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데이터 플랫폼 활용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국가에서 구축한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데이터 카탈로그와 데이터 맵 구축이 필요하다. 데이터 사용 절차 간소화를 위한 전자관리 시스템 도입, 심사기준 및 절차의 표준화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AI와 신약개발을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재직자 대상의 실습교육 프로그램 강화, 다분야 협력 연구 지원 등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전문인력 유입 촉진 방안으로 'AI 인력이 제약분야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자료 개발', '타분야 인력의 AI 신약개발 분야에 대한 홍보 활동' 등을 제안했다.
진흥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국내 유입을 위한 정책 개선, 주기적인 인력 현황 파악을 통한 인력 수급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sui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