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닌달 정부가 발표한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개선을 취재하다 듣게 된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일침이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 기업의 인적분할 시 신주 배정을 통해 신설회사의 지배력을 키우는 '자사주 마법'을 금지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에서 인적분할 과정에서의 일반주주 권익 제고, 자사주 취득·보유·처분 전 과정에 대한 공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정부가 주도하는 자본시장 대책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칭하고 있지만 정작 제도개선 방안 중 소각 의무화 내용이 제외되면서 사실상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단기간 주가를 반짝 상승시키는 효과를 보이지만,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주주 환원이라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매입한지 한 달 이내에 소각이 이뤄져야한다.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자사주를 시장에 재매각하는 경우에는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갔던 환원이 다시 기업에 회수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은 사실상 무늬만 주주환원인 셈이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주주환원을 강조하자, 상장사들은 이같은 시류에 올라타 보유한 자사주 소각 릴레이에 나서고 있다. 두 달도 채 안된 기간 동안 상장법인 20곳은 약 3조1751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이 단기간 열풍에 그쳐서는 안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도입되지 않는 한 자사주 소각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무늬만 주주환원을 벗어나 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자사주 취득 = 소각' 공식 적용이 필요하다.
시장은 해법을 알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미 해결책을 제시했다. 당국은 오는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 발표에서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유도해 우리 증시의 진짜 디스카운트 해소 전략을 꾀해야 할 때다.
뉴스웨이 안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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