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늘려달라" 주주제안에도···정기 주총서 결산 배당 않기로지난해 지주사 전환 결정 이후 831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K-ICS 경과조치에 배당 제한···FI, 지주사 전환→IPO 엑시트 꾀하나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22일 정기주주총회에서 2023년 결산배당금을 0원으로 결정했다.
이번 정기주총에서 교보생명은 이익잉여금처분 승인과 관련한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 바 있다.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IMMPE·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베어링PE·싱가포르투자청)이 배당 확대를 요구하면서 주주제안을 냈으나, 안건이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2022년 결산배당 당시 배당금을 전년 대비 66.7% 축소한 바 있다. 교보생명의 배당금은 2019년 결산 1500원, 2020년 결산 1000원으로 내려갔다가 2021년 결산 1500원에서 2022년 결산 500원으로 뚝 떨어졌다. 배당 성향 역시 ▲2019년 결산 28.2% ▲2020년 결산 26.8% ▲2021년 결산 38.8% ▲2022년 결산 13%로 변동됐다.
교보생명이 배당금을 줄이고, 지난해 결산 배당을 하지 않기로 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결정하면서 자사주를 매입해 배당 여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보생명은 지난해 6월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210만주를 주당 3만9600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총 취득액은 831억6000만원에 달했다.
당시 교보생명은 자사주 매입 목적에 대해 기업공개(IPO)가 늦어지면서 자금을 해소하지 못한 소액주주와 우리사주조합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12월 말 기준 소액주주는 138만5000주를, 우리사주조합은 100만8085주를 보유했다.
아울러 교보생명은 지난해 K-ICS 경과조치도 신청했다. 경과조치는 보험사 새 건전성 제도인 K-ICS 도입 시 발생한 보험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마련한 유예 장치다. 지급여력비율 기준에 미달해도 유예 기간 동안 자본 여력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K-ICS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져도 건전성 개선 요구인 적기시정조치를 최대 5년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경과조치를 신청하면 배당 제한을 받게 된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의 배당 성향은 최근 5년간 업계 평균의 50% 또는 해당 회사의 직전 5년 평균 배당 성향의 50% 중 큰 비율을 넘을 수 없다. 만약 배당 기준을 초과해 지급하면 그때마다 경과조치 잔여 경과 기간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의 2023년 결산 배당 성향은 10% 초·중반대로 점쳐졌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배당을 하지 않으면서 어피너티는 배당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렵게 됐다. 어피너티는 현재 신창재 회장과 풋옵션 분쟁을 벌이며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어피너티 입장에서는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에 협조하고 이후 IPO를 통한 엑시트(exit)를 꾀하는 방법이 최선일 수 있다.
현재 어피너티에서 교보생명 투자에 관여했던 1세대 파트너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8월 이철주 어피너티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민병철 파트너가 한국 총괄 대표로 선임됐다. 이 전 회장은 사임 이후 교보생명 사외이사직에서도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났다.
또 교보생명은 조대규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조 대표는 지난 2019년 신 회장 직속 경영기획실 총괄을 맡으며 거버넌스관리 태스크포스(TF)를 이끈 인물이다. 경영기획실은 교보생명의 IPO와 금융사 인수 추진 등을 담당하는 곳으로 산하에 구조개선 TF도 두고 있다. 구조개선 TF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과 어피너티와의 협상안 제시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가 경영기획실 수장으로 어피너티와의 협상에 참여해 왔던 만큼 새 어피너티 경영진과의 대화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결정 이후 자사주 매입을 했고 K-ICS 경과조치 신청으로 배당 여력이 부족해져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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