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이사회서 송영숙 회장과 공동 대표 체제 결의임종훈, 한미약품 대표 복귀 예정···신동국 회장 이사로
한미사이언스는 4일 오전 서울 송파 한미타워에서 이사회를 열고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를 한미사이언스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모자의 난'이 형제의 승리로 끝난 지 일주일만이다.
기존 대표이사였던 송 회장에 대한 해임안은 상정되지 않았고 송 회장 역시 자진 사임하지 않아 당분간 공동대표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송 회장·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모녀와 임종윤·종훈 형제는 OCI 그룹 통합 안건을 두고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송 회장이 임종윤·종훈 형제를 사장직에서 해임하며 극한에 치달았던 대립은 지난달 열린 주총에서 이들 형제가 승리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날 이사회는 임종윤·종훈 형제가 이사회 과반을 확보한 후 연 첫 이사회다.
형제는 주총 전 입장문 발표를 통해 분쟁이 끝나면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는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의 대표이사는 장남 임종윤이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는 임종훈 이사의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선임 외에도 임종윤 이사의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는 향후 주주제안을 통해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경영 복귀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한미약품 주총에서는 임종윤·종훈 형제를 비롯해 분쟁 과정에서 형제를 지지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이 신규 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형제 측은 현재 7명인 한미약품 이사회를 임종윤 대표를 포함한 10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새 이사 후보로는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 김완주 전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등이 거론됐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힘겹게 경영에 복귀했지만, 상속세 납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송 회장과 공동대표 체제 성립으로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자 간 협력이 이뤄질지도 관심이 쏠린다.
한미 일가는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 사망 후 부인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신임대표 등 오너 일가 4명이 약 5400억원대 상속세를 부여 받아 연대납부 중이다. 남은 상속세는 절반인 2644억원 정도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측이 문제 해결책으로 고안했던 OCI 통합이 무산되며 문제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상속세 납부 방안이 있다는 원론적 견해를 밝혔을 뿐 아직 구체적 방안은 얘기하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형제가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지분매각 협상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KKR을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들여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경영권은 보장 받는 형식이다.
KKR과 협력하기 위해서는 과반 지분을 확보해 지배권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는데, KKR이 형제에 우호적인 신 회장(12.15%)과 사촌들(약 3%) 지분을 모두 사더라도 형제 지분은 40%가량에 불과하다. 공개매수를 하지 않는 이상 과반 지분 확보에는 송 회장과 임 부회장에 대한 지분 매각 설득이 필요하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는 임종윤·종훈 형제와 송영숙 회장 등 9명의 이사진이 모두 참석했다. 송영숙 회장도 오전 10시쯤 본사에 등장했다. 취재진 질의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당초 건강 상 이유로 주총에 불참해 이사회 참여 여부조차 불분명했던 만큼 출석한 것 자체가 가족 간 화합이 이뤄졌다는 뜻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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