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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급한 불부터 끄자"···한미약품 오너家, '상속세 해결' 합심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급한 불부터 끄자"···한미약품 오너家, '상속세 해결' 합심

등록 2024.05.30 14:08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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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4인 상속세 현안 해결 위해 뭉쳐주담대 계약 만기···내달 최소 510억 갚아야'지분 매각' 부정적 시선도···신약개발 영향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3월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왼쪽부터)임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3월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왼쪽부터)임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경영권을 둘러싸고 연초부터 갈등을 빚어온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합심'했다. 대출계약 만기에 주가 급락까지 겹치면서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마진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마진콜이 들어올 경우 대규모 반대매매가 이뤄져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30일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가족인 대주주 4인(▲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은 "'합심'해 상속세 현안을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그룹 오너일가가 '합심'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는 올 초부터 한미그룹의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어머니 송영숙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들은 지난 3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펼친 표 대결에서 승리한 후 "엄마와 여동생은 이번을 계기로 실망했겠지만 저희는 같이 가길 원한다. 시총 50조 탑티어 진입을 위해선 할 일이 많다"고 말하며 갈등 봉합을 예고했다.

이에 가족 간 분쟁이 마무리될 거란 기대가 나온 것도 잠시, 두 아들과 모녀 측은 최근까지도 화합하지 못했다. 지난 14일 임종훈 대표가 임원 인사, 투자유치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였던 송 회장을 해임시키며 단독 대표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내달까지 갚아야 할 형제의 대출금이 510억원에 달하는데다 주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우선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해결하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해석된다.

오너일가는 임 명예회장이 지난 2020년 8월 타계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지분 2308만여 주를 상속받았고, 이 과정에서 약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 납부 부담을 안게 됐다. 이들은 상속세를 5년 동안 분할해서 납부하기로 과세당국과 합의했고, 2년 이상 납부를 마쳐 현재 약 2644억원이 남아있다. 이들은 약 700억원 규모의 3차 상속세 납부를 연말까지 미룬 상태다.

그동안은 은행·증권사 주담대를 활용해 납부금을 마련해왔다. 형제는 한미사이언스 주식 1987만8415주(28.42%)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약 97%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주담대 계약만기가 도래하면서 대출금 마련이 시급해졌다. 임종윤 이사가 NH투자증권과 체결한 80억원 규모의 대출계약이 이날 만료되고, 내달 하나증권(55억원) 미래에셋증권(61억원) 한국증권금융(115억원) NH투자증권(110억원)과의 대출계약이 만기된다.

임 대표도 NH투자증권(35억원), 삼성증권(30억원) 등 총 65억원의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연 이자율 5%를 적용하면 이들이 다음 달 갚아야 할 대출금은 최소 510억원에 달한다.

현재 활용 가능한 주식이 거의 남지 않은 상태인데다 주가도 크게 떨어져 있어 담보유지비율(LTV)을 높이는 조건으로 연장하기도 힘들다.

최근 두 달간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30% 하락했다. 정기주총 당시 4만4000원 대이던 주가는 현재 3만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기존 주담대 LTV는 최대 170%까지 적용했는데 주가 3만 원에서 3만2000원 사이에 마진콜 물량이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임 대표는 이달 20일 자녀 주식까지 끌어다가 주식 78만4057주(1.12%)를 담보로 150억원을 빌리기도 했다.

주가가 떨어져 지분 가치가 떨어지면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은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거나 추가 담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반대매매로 대출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이에 시장에 주식이 대량으로 매물로 나오는 오버행 우려도 나온다.

오너가 모두가 합심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업계에선 이들이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미그룹은 OCI와의 통합이 무산된 뒤 사모펀드 매각설이 돌았다. 형제는 투자 유치를 위해 베인캐피탈,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논의했지만 경영권 분쟁 중인 탓에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이들이 1조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 투자회사인 EQT파트너스에 50%가 넘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오너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신약 명가'로 잘 알려진 한미약품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나오기도 한다. 신약개발은 장기간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사업인데, 외부 세력이 경영에 참여하면 R&D 비용을 줄이고 단기간 회사를 되파는 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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