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는 '100일 동안 기침이 지속된다'는 뜻을 지닌 급성 호흡기 감염병으로,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1명이 12~17명을 감염시킬 만큼 전파력이 강하다. 최근 예방접종이 보편화되면서 발생 사례가 줄어들었지만, 올해 국내에서 10년 만에 최대 유행을 기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통계'에 따르면, 올해 23주 기준(6월 2일~6월 8일) 국내 누적 백일해 감염자는 1,635명으로, 지난해 동기간(14명) 대비 약 120배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10세~19세 사이의 청소년이 전체 환자의 약 78%로 가장 많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게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백일해의 주된 감염 경로는 호흡기 분비물이나 비말을 통한 전파로, 집단 생활 공간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다. 또 유증상 감염자의 침, 콧물 등이 묻은 물건을 통해서도 간접적인 전파가 가능하다.
백일해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7~10일(최소 4일-최장 21일)이며, 대표적인 증상은 기침, 발열, 인후통, 콧물 등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 발작성 기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기 증상과 유사해 방치하기 쉽지만, 일주일 넘게 기침이 지속되고 '흡' 하는 소리가 들리면 백일해를 의심해봐야 한다. 백일해는 크게 ▲카타르기(catarrhal stage) ▲발작기(paroxysmal stage) ▲회복기(convalescent stage) 3단계로 진행된다.
감염 초기 카타르기 단계에는 콧물, 눈물, 경한 기침 등의 상기도 감염 증상이 1~2주간 지속되며, 백일해균 증식이 가장 왕성해 전염력이 매우 강한 시기다. 발작기에는 발작성 기침, 기침 후 구토, 무호흡 증상이 일어난다. 최근 확진자들의 경우, 전형적인 백일해 임상 증상 없이 가벼운 기침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회복기에는 발작성 기침 횟수나 정도가 호전되며 천천히 나아진다. 보통 2~3주 후 회복되지만 사람에 따라 상기도 감염으로 인해 발작적인 기침이 나타나기도 한다.
임상적인 백일해 증상이 나타나면 검진을 통한 치료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성인의 경우 무증상이 많아 문제가 된다.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생아나 영유아에게 감염시킬 수 있어서다. 어린아이와 접촉할 일이 많은 성인이나 영유아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종합적 진단 및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백일해는 특징적인 기침 양상으로 임상 진단할 수 있으며, 환자와 접촉한 병력, 말초혈액 검사, 흉부 방사선 검사, 비인두 분비물에 대한 배양 및 PCR 검사 등으로 검진할 수 있다. 무증상인 성인의 경우 PCR 검사(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 Real-time PCR)를 통해 간편하게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백일해 PCR 검사는 객담이나 구인두 혹은 비인두 가검물을 채취한 후 DNA 또는 RNA를 정제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특이 유전자를 증폭하는 방식으로 감염 여부를 판별한다. 초기 감염 단계에서도 균을 확인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가능하며, 전통적인 배양 방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 확진 판단 후 치료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호흡기 감염병은 감기와 비슷해 구분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폐렴원인균 또는 호흡기 바이러스 다중 진단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송성욱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10년 만에 백일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는데, 무증상 성인 감염자가 영유아에게 백일해를 전파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감염자와 접촉하였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성인일 경우 백일해 검사를 진행해 볼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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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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