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앞세워 질주하는 CATL, 점유율·사용량 턱밑 추격LG엔솔, 국내 최초 LFP 공급 계약···"에너지밀도 높을 것"삼성SDI·SK온도 2026년 양산···"저가형 공급 싸움 시작"
글로벌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점유율 추이다. 불과 2년 만에 점유율 격차가 21.7%포인트(p)에서 0.2%p로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배터리 사용량 차이는 33.1GWh(기가와트시)에서 0.7GWh까지 좁혀졌다. 이는 중국 시장을 제외한 결과다.
중국 기업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탓에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 세계 3대 배터리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입지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021년만 하더라도 한국 기업 점유율은 71.4%, 중국은 21.2%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 우리 기업 점유율은 55.1%로 줄고 중국은 42.3%로 치솟았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힘이다.
국내 제조사는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위주의 삼원계 배터리를 양산하는 반면 중국은 LFP 배터리를 양산한다. LFP 배터리는 양극재 특성상 삼원계 대비 에너지밀도가 낮아 짧은 주행거리가 약점으로 지적돼왔으나 화재 위험성은 낮고 원가경쟁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 원가 중 약 40%가 배터리인 만큼 저렴한 LFP 배터리 채택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동안 LFP 배터리 양산을 미뤄오던 우리 기업은 내년부터 첫발을 떼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일 르노(Renault)로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수주했다고 밝히며 이를 2025년 말부터 향후 5년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셀은 회사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파우치 배터리 최초로 모듈 공정을 거치지 않는 셀투팩(Cell To Pack : CTP) 솔루션이 적용된다.
이번 계약은 중국 기업의 텃밭인 유럽에 국산 LFP 배터리 '깃발'이 처음 꽂힌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파우치 LFP 배터리는 파우치의 높은 에너지밀도와 LFP의 안정성이 상호 보완적일 것"이라며 "각형 LFP 대비 에너지밀도에 장점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배터리도 LG에너지솔루션만의 특허 공법인 '라미네이션 & 스태킹(Lamination & Stacking)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공법은 전지의 기본 단위인 모노셀(Mono-Cell)을 분리막 위에 층층이 쌓고 접는 방식을 뜻하며 이럴 경우 안정적인 구조로 변형 없이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각형 배터리는 배터리 소재를 롤케이크 모양으로 캔에 집어넣는 와인딩(winding)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럴 경우 공간이 비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반면 라미네이션 & 스태킹은 전극 폭을 자르는 슬리팅(Slitting)을 통해 셀을 집어 넣고 스틸 커버가 아닌 알루미늄 팩을 활용해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에너지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LFP 배터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삼성SDI와 SK온도 개발에 나선 상태다. 삼성SDI는 지난해 9월 'IAA 모빌리티 2023(옛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LFP 배터리를 소개했다. 에너지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망간(Mn)을 추가한 점이 특징이다. SK온도 저온에서 주행거리를 늘린 LFP 배터리를 지난해 인터배터리 현장에서 선보인 바 있다. 양사 모두 양산 시점은 오는 2026년으로 잡았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중국 기업은 미드니켈(Mid-Ni)을 포함해 저렴한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국내 기업도 LFP로 저가형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이제 배터리가 LFP냐 삼원계냐로 양분되기보다는 가격 안정화를 통한 저가형 공급 싸움이 시작된 것이기에 원소재 확보를 통한 안정적 공급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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