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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안전·품질·비용 다 무너진 건설업···해결책 있는데 공론화 뒷전인 이유

부동산 부동산일반 NW리포트

안전·품질·비용 다 무너진 건설업···해결책 있는데 공론화 뒷전인 이유

등록 2024.07.31 14:41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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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비·인건비·금융비 급등에 공사비 폭등···품질은 오히려 뒷걸음급증한 하자에 곳곳에선 무너짐 사고까지···기본 무너진 건설업전문가 "산업구조혁신 필요···비용 분리하고 규제·인센티브 손봐야"

지난해 4월 인천검단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 당시 모습. 사진= 주현철 기자지난해 4월 인천검단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 당시 모습. 사진= 주현철 기자

건설업계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는 말이 나온다. 자재비‧인건비‧금융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품질관리는 어렵고 이윤은 줄어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자금조달 구조를 혁신하고, 전체 공사비에서 구조체 등 안전과 직결되는 비용의 비중을 강제하는 등 산업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건설업계는 조합 등 시행자와 건설사 간 공사비 갈등을 겪는 곳이 크게 늘었다.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재개발‧재건축사업 공사 중단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을 비롯해 대조1구역‧청담삼익재건축 등 서울 내 굵직한 사업들이 공사 중단 위기를 겪었다.

공사비 갈등이 늘어난 것은 지난 몇 년 사이 공사비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29.09로 4년 전인 2020년 5월(99.41)보다 29.68p 올랐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공사비에 대한 부담을 수치화한 지표다.

공사비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은 오히려 후퇴했다. 현대건설은 2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0.4%가 늘어났는데도 영업이익이 14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 감소했다. 대우건설도 영업이익이 51.9% 줄었다.

건설사들은 품질관리에도 애를 먹고 있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약 2000건이던 하자 분쟁 처리 건수는 지난 2월 기준 연평균 430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업계관계자들은 품질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인건비 급등과 기술인력 감소라고 입을 모은다. 인건비는 2019년에만 13.5%가 오르는 등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돈 반면 품질과 직결되는 기술 인력(숙련공)은 고령화 등의 문제로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기술 인력과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는 5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각각 1만7000명과 8000명이 줄었다. 반면 단순노무 종사자는 6000명이 늘었다. 그나마도 단순노무 종사자의 상당수는 외국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품질이 악화되면서 건축에 있어 있어서는 안 되는 붕괴사고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광주 학동4구역 철거현장 붕괴사고,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신축현장 붕괴사고를 겪었다. GS건설도 지난해 4월 지하주차장 공사현장이 붕괴됐다. 동양건설산업과 라인건설에서도 지난해 11월 거푸집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라인건설에선 지난 16일에도 철거현장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당근책과 채찍을 통해 마감재 등 치장에만 치중하는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정 금액 이상의 안전관련 비용을 투입하도록 하고, 규정 이상의 안전장치를 도입하는 경우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시공사 선정 때 총공사비 뿐 아니라 골조 등 구조체와 안전 관련 비용과 마감재 등 치장 관련 비용을 분리해 제시하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건설기술사 A씨는 "이웃 나라 일본에선 구조계산과 시공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건물이 안전하게 설계됐는지를 정밀하게 검사하는 '구조계산적정성판정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도 처벌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시스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자금조달 구조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개발사나 금융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리스크를 안는 대신 지분이나 이익을 가져가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 현재 대부분의 건설현장에선 건설사가 책임준공보증으로 리스크를 안는 조건으로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 공공성을 가진 사업에선 공공에서 기금을 조성해 초기 사업비용을 빌려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PF업계 관계자는 "원래 PF(프로젝트 파이낸싱)은 투자자들이 사업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안는 대신 프로젝트 완수 후 이익을 기대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선 토지를 담보로 잡거나 시공사의 연대보증을 요구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PF로 볼 수 없다"면서 "금융사들이 좀 더 책임을 지고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무분별한 대출로 인해 주기적으로 위기를 겪는 건설‧부동산업계 악순환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구역지정이나 인허가만으로 주택공급실적을 평가하는 공공기관의 고과제도도 손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관계자는 "현재 각 지자체의 주택관련 부서에선 사업초기 단계인 구역지정이나 인허가만 해도 주택공급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결국 그 이후의 사업관리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관심에서 멀어진 사업이 내부 갈등 등으로 지연되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생겨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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