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 25% 줄고, 데이터 처리 8배↑"앱솔릭스, 세계 첫 상용화 준비 '착착' 삼성전기·LG이노텍도 기술 확보 만전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SK, LG그룹은 각자의 전략을 바탕으로 유리기판 기술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쪽은 SK다. 유리기판 사업을 위해 SKC가 설립한 앱솔릭스를 앞세워 세계 첫 제품 상용화에 한 발짝 다가섰다.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앱솔릭스는 최근 미국 조지아에 연 1만2000㎡ 생산 규모를 갖춘 1공장을 완공한 뒤 시운전을 진행 중인데, 샘플 테스트를 마치고 하반기부터 거래기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인증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7만2000㎡ 규모의 2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5월 미국 정부로부터 7500만달러(약 1023억원)의 지원금도 확보했다.
삼성은 삼성전기를 주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종사업장에 시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한편, 내년엔 시제품을 만들어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이르면 2026년엔 공급 가능한 수준으로 사업을 진전시키겠다는 복안이다.
LG에선 이노텍이 선봉에 섰다. 국내 주요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협력 사항을 논의하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올초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북미 반도체 기업이 유리기판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회사 차원에서도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기업 총수도 덩달아 바빠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삼성전기 수원사업장을 찾아 유리기판 등 신사업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지난달 미국 출장길에 오른 최태원 SK 회장 역시 앱솔리스 공장을 찾아 사업 태세를 점검하는 한편, 빅테크 CEO에게 글라스 기판의 기술 경쟁력을 소개하며 세일즈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리기판이 이른바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것은 AI 시대를 뒷받침할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어서다.
현재 업계에선 고성능 컴퓨팅과 AI 기술을 지원할 높은 성능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데, 기존에 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기판으로는 반도체 사양을 고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표면의 형태나 강도 등을 고려했을 때 원하는 크기·두께의 제품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유리기판은 표면 거칠기가 10nm(플라스틱은 400~600nm)에 불과할 정도로 매끄럽고 상대적으로 잘 휘어지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닌다. 공정 중 발생하는 열로 인해 모형이 변형될 우려도 적다. 따라서 칩과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를 기존 대비 50% 더 탑재하면서도 두께를 줄일 수 있다. 플라스틱 기판은 거친 표면 탓에 굵은 회로부터 얇은 회로를 적층하는 형태로 설계되는데, 그 절차가 생략돼서다.
전문가들은 유리기판 활용 시 두께가 25% 줄어들고 지금보다 8배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면서도 소비전력을 30% 이상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얼마나 빠르게 공정을 최적화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충격에 쉽게 깨지는 유리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초기엔 수율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며, 이는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유리기판이 업계의 새 먹거리가 될 것이란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유리기판 시장 규모가 2023년 71억달러(약 9조8065억원)에서 2028년 84억달러(약 11조602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도 차세대 모바일프로세서(AP)에 유리기판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이 소재의 약점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면 장차 유리기판이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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