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비중 역대 최대···연체율 지속 상승세가계대출에서 개인사업자에 집중···'양날의 검'외형 성장 한계지만 신용평가모형 차별화 더뎌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대출 잔액은 약 4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비중(32.5%)을 기록했다. 지난 2017년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현재까지 중·저신용자에게 약 12조원에 달하는 신용대출을 공급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중저신용자 대출을 큰 폭으로 늘리며 '포용금융'을 실현했다. 케이뱅크는 최근 5개 분기 연속으로 중저신용자 비중 대출을 늘리면서 올해 2분기 사상 최대치(33.3%)를 갈아치웠다. 올해 상반기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규모는 5750억원, 누적 기준으로는 6조5750억원으로 집계됐다. 토스뱅크도 지난 2분기 3461억원 규모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취급했고, 상반기 기준으로는 8673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인뱅3사의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분기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잔액과 연체율은 각각 1조3980억원, 0.78%에 그쳤다. 같은 해 4분기 0.48%까지 내려갔던 연체율은 2022년 4분기부터 1%대를 넘어섰고,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잔액이 4조6000억원을 돌파한 지난 2분기 2.03%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분기 카카오뱅크의 표면 연체율은 0.48%로 전년 동기 대비 0.04% 하락했다. 표면적인 연체율은 높은 편이 아니지만, 중저신용자의 연체가 쌓이면서 잠재적인 부실 위험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는 케이뱅크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저신용자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가 많아지면서 지난해 연간 대손율(1.98%)은 전년 대비 0.72%p나 높아졌다. 2021년 말 0.41%(2021년)에 머물렀던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올해 2분기 0.9%까지 치솟은 상태다.
금융당국의 감독기조에 따라 가계대출의 성장이 제한되면서 인터넷은행들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을 추가하고 1억원 초과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개인사업자와 중저신용자에 대한 차별화된 신용평가모델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과제로 꼽힌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앞서 지난 6월 열린 세미나에서 제4 인터넷은행 출범과 관련해 "소상공인 신용평가모델의 실제 구현 가능성과 비대면 심사라는 제약을 넘어설 수 있는 정교한 신용평가모델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 인터넷은행 3사가 혁신적인 신용평가모델 구축을 통해 '포용금융'을 실천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뜻으로 읽힌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2년 말 가명결합 데이터를 활용해 대안 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스코어'를 개발했다. 케이뱅크도 가명 처리된 통신·쇼핑정보를 금융정보와 결합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지난 2022년 2월부터 대출 심사에 적용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들이 내놓은 신용평가모형은 기대와 달리 다른 은행들과 차별점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시중은행들도 통신비 납부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도입해 소액 대출을 취급했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신용평가를 바탕으로 건전성이 관리되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정체된 성장성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성장은 지난해 정점을 찍고 횡보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이 집계한 카카오뱅크의 총 대출 증가율은 지난 2022년 6.4%에서 지난해 37.8%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올해 13.0%, 내년 11.5% 2026년 11.6%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당기순이익 증가율도 지난해 34.9%에서 올해 19.2%, 내년 11.1%, 2026년 10.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인터넷은행들은 성장성보다 낮은 수익성을 개선해야하는 현안을 갖고 있다"며 "향후 중저신용자에 대한 상환능력평가의 질적 수준을 제고해 본래의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정부에서도 혁신적인 포용금융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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