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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민간 아파트에 '병력 상주 방공포 진지' 웬 말?···"시민 방패막이 삼나" 

부동산 부동산일반

[단독]민간 아파트에 '병력 상주 방공포 진지' 웬 말?···"시민 방패막이 삼나" 

등록 2024.09.25 16:42

수정 2024.09.25 17:31

장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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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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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방사, 신축 아파트 건물 높이에 제동···서울시 층수·높이 제한 폐지 무력화 우려 높게 지으려면 민간부담으로 최상층에 병영생활관·탄약고·방공포 진지 지어야 수방사 "시민 수호를 위한 대공방어작전···불가피한 부분으로, 규정 수정계획 없다"

여의도 초고층빌딩 옥상에 설치된 수방사 1방공여단 예하 방공진지. 기사내용과 무관.여의도 초고층빌딩 옥상에 설치된 수방사 1방공여단 예하 방공진지. 기사내용과 무관.

서울 내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층수·층고 제한해지에 제동이 걸렸다. 수도방위사령부가 일정 고도보다 높게 지으려면 병력과 무기를 상시 배치하는 방공포대를 지어야 한다고 통보해서다. 전문가들은 민간 거주지를 군사용으로 사용하거나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제네바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는 최근 서초 진흥아파트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에 관한 군보 심의결과를 서초구청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진흥 아파트의 계획 상 높이가 행정기관에 맡긴 대공방어협조구역 높이제한 재량권을 초과해, 해발고도를 낮추거나 작전보완시설을 구축하라는 내용이다. 

수방사의 요구에 서초 진흥아파트 주민들과 서초구는 비상이 걸렸다. 수방사가 작전보완시설로 포대와 탄약고, 생활관을 옥상과 탑층에 설치하라고 요구해서다. 설치비용도 수혜단지인 서초 진흥아파트가 부담하는 조건이다. 서초 진흥아파트 주민 A씨는 "전시도 아니고 민간인 거주지에 군부대가 상시 주둔하는 것이 상식적인 처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뉴스웨이 취재결과, 서초 진흥 외에도 수방사로부터 병력 상시 주둔을 위한 병영생활관과 방공포 설치를 요구받은 곳이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정비구역 지정 공람공고를 진행한 도봉구 쌍문한양과 상아1차도 유사한 요구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서울 내 모든 지역에서 유사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도봉구와 노원구 등은 위탁고도가 100m가 채 되지 않아 거의 모든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수방사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시설설치 문제가 최근에 급격히 늘어난 것은 서울시가 관할구역 내 층수와 층고제한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층수제한이 사라진 후 고층으로 계획한 단지가 늘어났고, 수방사에서 서울시 등 행정기관에 재량으로 맡겨둔 '위탁고도'를 초과해 수방사의 심의를 받게 된 것.

업계에선 수방사의 기조가 유지된다면 서울시의 고도제한 폐지 정책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서울 전역이 대공방어협조구역으로 설정돼 있어서다. 업계관계자는 "누가 자기 집 옥상에 군 부대를 두고 싶어하겠나"면서 "심지어 생활관과 포대, 무기도 모두 조합에서 기부채납이나 공공기여해야 하는 데, 돈을 내서 군 부대를 모셔오는 셈"이라고 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민간인 아파트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무기를 상시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진 않다고 지적한다. 특정 시간 이후엔 사람이 오가지 않는 오피스빌딩 등과 달리 아파트는 24시간 주민들이 오가는 탓에 물자나 병력 이동에 기밀을 지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간 병력이 상주하는 방공진지는 대부분 오피스빌딩에 들어섰다.

실제로 이전까진 아파트엔 포대를 설치하더라도 병기(兵器)를 설치할 수 있는 임시시설물만 두고 병력이나 탄약 등을 배치하진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등도 주변 지역에 비슷한 높이의 오피스빌딩이 없는 탓에 방공포대를 설치했지만 병력이 상주하지 않는 임시포대로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진지설치의 대상이 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서울 기준 평균 사업기간이 11년으로 길다. 조합 집행부 교체나 시공사와의 갈등 같은 변수도 많다. 만약 이런 일들로 사업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수방사가 세운 방공진지 설치와 운용 등 작전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병력이 상주하는 것이 제네바협약 등 국제조약 위반소지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제네바협약은 민간 거주지를 군사용으로 사용하거나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군 간부 B씨는 "병력이 상주하는 방공진지는 말 그대로 군부대다. 전시엔 우선 제거·제압대상 중 하나"라면서 "민간인을 공격위험에 노출하는 꼴"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대공방어협조구역 제한고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인구 구성이 변했고 이에 따라 도시경관도 달라지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2019년 구로구가 수방사와 합의를 통해 위탁고도를 82m에서 165m로 두 배 이상 높이는 등 선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수방사는 요구시설물의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수방사 관계자는 "고층 건물이 생겨나면 유·무인기와 미사일 등을 방어하는 대공방어작전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시설을 짓는 조건으로 고층 건물 건축에 동의하는 것"이라면서 "방공진지는 적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시설이므로 제네바 협약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민간아파트에 시설을 구축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전해왔다. 위 관계자는 "군은 대공방어작전에 제한이 되는 경우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뿐 아니라 모든 건축사업에 대해 절차에 따른 대체시설물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군사시설은 옥상 최고층에 설치되고 주민이 출입할 수 없는 별도의 엘리베이터와 출입문, 철조망을 설치해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공방어협조 구역을 수정할 계획도 없다고 못 박았다. 위 관계자는 "대공방어협조구역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것으로, 법령과 규정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면서 "국가방위를 위한 작전활동에 시민들의 지지와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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