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재보험법인 삼성리에 1600억원 자금 수혈본사 재보험 사업 삼성리로 이관···재보험 수재 사업 일원화코리안리, 지난해 중동·아시아 수입보험료 비중 43.6%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싱가포르 재보험법인 삼성리에 대한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삼성화재는 삼성리 주식 총 1600억주를 1640억6800만원에 취득하게 된다.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IR)에서 해당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삼성리는 삼성화재가 지난 2012년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재보험법인이다. 재보험은 보험사나 재보험사가 보험계약상 책임을 다른 보험자에게 인수시키는 보험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보험계약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보험사가 드는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재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출재', 재보험 가입을 받는 것을 '수재'라고 한다.
삼성리는 삼성그룹의 일반보험 계약을 자체 흡수하기 위한 '캡티브(Captive)' 재보험사가 아니라 '전업' 재보험사로 설립됐다. 이에 업계는 삼성화재가 삼성리를 통해 싱가포르 현지 등 해외 재보험 영업을 본격화하면서 이를 교두보로 삼아 영토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리는 지난해 영업수익이 전년(1337억원) 대비 188억원(14.1%) 증가한 152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235억원에서 192억원으로 43억원(18.3%)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영업수익은 전년(625억원) 동기 대비 63%나 증가한 1019억원을 거뒀으나, 순이익은 전년(98억원) 동기 대비 27.6% 줄어든 71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대만 지진, 중동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삼성화재의 자금 수혈은 운영자금 확보와 동시에 삼성리를 재보험 사업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국내 유일 전업 재보험사 코리안리의 경우 싱가포르에 1975년 진출해 현지에서 뮌헨 재보험 다음으로 역사가 긴 보험사로 자리 잡았다. 일찌감치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 해외 사업 힘을 실은 영향이다. 싱가포르는 코리안리가 도쿄, 런던 다음으로 설립한 세 번째 해외 거점이다.
당시 코리안리는 주재사무소를 설립해 현지 시장에 진출했으나, 3년 만에 지점으로 승격했다. 코리안리 역시 아시아 지역 진출을 목적으로 싱가포르에 거점을 세우고 개점 초반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을 중심으로 영업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다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인도, 파키스탄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지난해 코리안리 수입보험료 중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은 9.0% 비중을 차지했다. 싱가포르지점을 거점으로 확대한 극동아시아와 중동 지역은 각각 20.8%, 16.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입보험료 가운데 아시아 지역 비중은 46.2%에 달한다.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은 지난해 5월 해외 IR 행사에서도 "싱가포르는 코리안리의 세 번째 해외 거점이 설립된 지역으로, 싱가포르지점과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국내 시장의 포화를 극복하기 위해 도전해 온 해외 진출을 앞으로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삼성화재와 코리안리가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삼은 이유는 이곳이 아시아 최대 재보험 중심지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내수 기반이 크지 않아 해외기업들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역내보다 역외가 더욱 중요하다. 또 인구가 많지 않은 만큼 개인보험보다 기업보험 수요가 많고 재보험업이 발달해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본사 재보험 사업을 삼성리로 이관시켜 재보험 수재 사업을 일원화할 계획"이라며 "싱가포르는 현재 아시아 재보험 시장의 허브로 삼성리가 삼성화재의 재보험 사업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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