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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혁신의 실종···휘청이는 캐시카우 롯데케미칼

산업 재계 위기의 롯데

혁신의 실종···휘청이는 캐시카우 롯데케미칼

등록 2024.10.21 07:00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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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3조 벌어들이던 화학사, 글로벌 불황에 '휘청' '고부가' 외면한 경영진의 판단이 위기로 이어져

이훈기 대표이사가 직원들과 함께 LINE(LOTTE Indonesia New Ethylene) 프로젝트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제공이훈기 대표이사가 직원들과 함께 LINE(LOTTE Indonesia New Ethylene) 프로젝트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유통 대기업' 롯데그룹이 직면한 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화학사 롯데케미칼의 부진과 궤를 같이한다. 한 때 3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안기며 버팀목 역할을 하던 '캐시카우'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그룹 전반이 활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옛 캐시카우'의 추락···수렁 빠진 롯데케미칼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부터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작년 3분기 일시적으로 흑자(영업이익 281억원)를 달성한 것 외에 대부분 수천억원대 손실을 내며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도 롯데케미칼은 1분기 1353억원, 2분기 1112억원 등 총 2465억원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적자 폭을 줄인 것은 고무적이나, 하반기에도 이변이 없는 한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에프앤가이드는 이 회사가 3분기 486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봤다.

과거의 롯데케미칼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성적표에 '충격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10년 전만 해도 분기 영업익이 4000억원을 웃도는 것은 기본, 많게는 6000억원까지 벌어들인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2015년 1조6111억원의 영업익을 올렸고 ▲2016년 2조5443억원 ▲2017년 2조9297억원 등 성장을 거듭했다. 2018년에 접어들어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조 단위 영업익은 지켜냈다. 그룹 내 비중도 상당했다. 실적이 최대치에 이른 2017년 그룹 순이익이 3조2000억원 수준이었으니 사실상 롯데케미칼이 대부분을 벌어들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경기 침체, 중국發 공급 과잉 '이중고'···당분간 반등 어려워



롯데케미칼이 침체기에 빠진 것은 경기 침체 그리고 중국발(發) 공급 과잉과 무관치 않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뜩이나 화학제품 수요가 쪼그라들었는데, 중국이 저가 제품으로 물량공세를 펴면서 우리 기업의 설 자리가 좁아진 탓이다. 2010년 석유화학 자급화를 선언한 중국은 범용 제품의 생산력을 끌어올렸고 이제 최대 수입국에서 수출국의 지위로 변모했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일례로 대표적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 판매 가격과 원료 가격 차이)는 3분기 톤당 100달러 중·후반에 머물렀다. 업계에선 보는 손익분기점(300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중 기초화학 사업 부문이 하반기에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기초소재사업부의 작년 적자 규모는 4920억원에 이른다. 2분기에도 139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혁신의 실종···휘청이는 캐시카우 롯데케미칼 기사의 사진

1% 부족한 혁신···'범용 제품' 고집이 화 불렀다



달리 보면 롯데케미칼이 그만큼 범용 제품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그간 회사 차원에서 혁신을 등한시했다는 결론으로도 귀결된다.

LG화학·금호석유화학 등 경쟁사가 '고부가'에 열을 올리며 사업을 다각화하는 사이 롯데케미칼은 줄곧 기초화학 부문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현재 롯데케미칼 매출에서 범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설비투자도 자연스럽게 이 분야로 쏠렸다. 2010년 말레이시아 대형 석유화학 공장 LC 타이탄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약 5조원을 들여 구축 중인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들 생산시설 모두 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을 주력으로 한다.

롯데케미칼은 작년까지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2022년 12조2000억원 수준인 범용 제품 매출을 2030년 2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하지만 불황이 길어지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생존을 위협받는 롯데케미칼은 뒤늦게 고부가 사업 쪽으로 전략을 급선회했다. 매출에서 범용 제품 비중을 50% 이하로 줄이고, 스페셜티, 그린 사업을 60%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다. 동시에 LC 타이탄의 매각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대교체 준비하는 신동빈···'캐시카우' 부활 여부에 달렸다



롯데케미칼의 위기는 아들 신유열 지주 미래성장실장으로의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신동빈 그룹 회장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재계는 진단한다. 그룹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지 않는다면 새로운 체제에 힘이 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동빈 회장이 그룹 총수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바로 석유화학 사업이었다. 이른바 '형제의 난'이 불거졌을 때마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을 국내 3대 화학사로 육성한 경영능력을 부각시킴으로써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다만 롯데케미칼이 본궤도로 다시 돌아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경기 둔화로 당분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NH투자증권 측은 내년에도 롯데케미칼의 재무구조가 현 상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하향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기초유분, 합성수지 등 범용성 제품 수익성이 손익분기점을 밑돌 것"이라며 "롯데케미칼의 경우 2026년까지 영업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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