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혁신' 방점 둔 인사 전망신 전무 경영 능력 입증은 부담
업계 불황에 '신상필벌'···신동빈 회장 '쇄신' 올해도?
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그룹은 막바지 계열사 임원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정기인사는 이르면 11월 말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이 11월 3일부터 9일까지 하와이에서 개최하는 LPGA 롯데 챔피언십에 호스트 자격으로 참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12월 6일에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쇄신' 기조가 뚜렷했다.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이 물러나고, 14명이 교체됐다. 재작년 시행한 인사에서도 대표급 인사 21명을 교체했다. 이미 2년 연속으로 쇄신에 주력했다.
지난 8월 롯데지주가 비상 경영 체제를 공식 선포함에 따라 올해도 전격적인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것은 과거 신동빈 회장이 사법리스크로 경영에 나서기 어려워졌을 때 이후 6년 만이다.
그 가운데 롯데 유통 부문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6조94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고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이커머스 부문인 롯데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5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1억원으로 나타났다. 롯데면세점은 유커 감소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6천4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지만, 4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대표가 많은 것도 대규모 변화를 점치는 이유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부회장), 이영구 롯데웰푸드 대표(부회장),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 대표,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 등이 대상이다.
이중 강성현 대표, 남창희 대표, 김주남 대표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3월 정기주총을 통해 연임에 성공한 강성현 대표는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지만, 롯데마트는 여전히 마트 3사 중 3위에 머물러 있다.
다만 최근 김상현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이 강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부회장은 최근 영국 리테일테크 '오카도(Ocado)'와 협업 사업을 맡은 e그로서리사업단을 이커머스사업부에서 마트사업부로 이동 배치하는 결단을 내렸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올해 상반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면세점도 올해 상반기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4개 분기 연속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주남 대표는 지난 6월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올해 기준 누적적자만 5000억에 달하는 롯데온 박익진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신유열 넓어진 보폭···승계과제 산적
무엇보다 이번 정기 임원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롯데 오너가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의 승진 여부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 전무는 명실상부 롯데그룹의 유력한 승계자다.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하면서 그룹에 본격 합류했고, 지난 2022년 한국 롯데케미칼 상무에 오른 지 1년 만인 이듬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한일 롯데 사이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사회 일원으로 그룹 전반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또 신 전무는 올해 본격적으로 롯데지주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며 보유 주식도 늘리고 있다. 부친인 신동빈 회장은 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1995년)에서 1년 3개월 만인 1997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전례가 있다.
신 전무는 올해부터 주요 사업 현장을 찾으며 그룹 내 후계자 입지를 다지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지난달 지난 24일 오픈한 타임빌라스 수원을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등과 찾아 1시간 30분가량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신 전무는 이날 현장에서 쇼핑몰 사업이 유통 차원에서 점찍은 '미래 먹거리'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열린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 멤버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CES 2024, 미국 전기차 충전기 조립·생산 법인 설립 기념식, 인터배터리 유럽 2024,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착공식 등 다양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에는 평소와 달리 취재진에 공개된 정문 동선으로 등장했다. 신동빈 회장이 지하 동선으로 들어온 것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며 더욱 주목받았다.
때문에 보다 해외 경영 활동을 확대하거나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빠른 부사장 승진을 단행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연말 인사에서 신 전무의 승진을 점치기도 한다.
신유열 전무가 경영권 승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경영 능력 입증이다. 경영권 세습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롯데그룹 지배구조 내 신 전무의 입지 강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하나의 과제인 일본 정체성 논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1986년생으로 올해 만 38세인 신 전무의 국적은 일본이다. 일본 게이오대 환경정보학을 졸업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거쳤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노무라 증권, 2018~2020년 노무라 싱가포르 유한회사에서 근무했다.
2020년부터 롯데 경영을 맡게 된 신 전무는 일본 롯데 주식회사 영업본부장을 거쳐 2021년 일본 롯데홀딩스 기획부장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동경지사 주재임원, 2023년에는 롯데 부동산 주식회사 대표이사, 일본 롯데 파이낸셜 주식회사 대표이사를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반일 감정이 증폭될 때마다 롯데그룹 주가가 큰 낙폭을 겪은 만큼 신 전무가 승진하고 또 승계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확실한 경영 능력 입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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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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