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등 그룹 경영진 총출동한 SK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깜짝 등장에 관심↑HBM이 뒤바꾼 '업계 지형'이 열기로 표출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는 전날부터 이틀간 서울R&D캠퍼스와 코엑스 등에서 각각 세미나를 마련해 AI가 불러온 산업 트렌드 변화를 짚어보고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프로그램의 취지나 구성은 대동소이하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생산 역량을 극대화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삼성·SK 모두 'AI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재계의 시선이 멈춘 지점은 현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는 점이다.
먼저 SK는 그룹 경영진이 총출동한 가운데 그야말로 축제를 만들었다. 최태원 그룹 회장이 키노트 스피치로 포문을 열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그룹 CEO가 나란히 연사로 참여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 자리에서 'HBM3E 16단 제품' 개발 소식을 알림으로써 기술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대목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등판이었다. 사전 인터뷰 영상으로 깜짝 등장한 젠슨 황 CEO는 "SK하이닉스와의 파트너십이 우리가 해온 일을 혁신해 왔다"고 추켜세우며 SK와 엔비디아·TSMC로 이어지는 공고한 '3자 동맹' 관계를 재확인했다.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삼성전자와 차별화 전략을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최태원 회장이 "삼성은 SK보다 훨씬 많은 기술과 자원을 갖고 있고, AI 물결에서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덕담을 남기면서다.
그런 만큼 SK 세미나를 향한 외부의 관심도 남달랐던 것으로 감지된다. 3만5000여 명이 사전등록을 했고, 약 1만7000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다는 전언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행사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얀 르쿤 메타 수석 AI 과학자 ▲이안 호록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등 딥러닝·AI·지식그래프 분야 최고 권위자가 자리를 채웠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진 못했다. 외부인에게 공개하지도 않았을뿐더러 SK 측 프로그램이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온도 차를 놓고 양측의 상반된 '반도체 성적표'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는 진단을 내놓는다. SK는 HBM 흥행으로 양호한 실적을 낸 만큼 그 성과를 대외에 알려야 한다는, 전열을 가다듬는 삼성은 차분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각각의 판단이 앞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은 3분기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3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SK하이닉스(7조300억원)에 추월을 허용했다. HBM 사업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게 결정적이었다. 삼성전자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삼성과 SK 모두에 이번 세미나가 미래 시장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사업 전략과 목표를 재설정하는 기회였다는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AI는 놀라운 속도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고 더욱 강력해짐에 따라 '어떻게 AI를 더 책임감 있게 사용할 수 있을지'가 갈수록 중요해진다"면서 "삼성전자는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AI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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