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끝까지 차오른 PF 한도···건설업계, 내년도 선별 수주 전략서울시, 구역 지정 박차···일반정비사업→신통기획 '전환허용'자금조달력‧브랜드인지도 앞세운 삼성물산·현대건설만 승승장구?
신년에는 시공사 구하기에 애를 먹는 현장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건설사들이 지방사업의 정체로 PF 우발채무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와 지자체의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의 영향으로 사업추진을 본격화하는 단지는 늘어나고 있어서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들은 내달 31일까지 전국 26개 현장에서 총 2만786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일반분양 가구는 1만8486가구다. 원래 11월과 12월은 분양비수기로 꼽히지만 시장불경기에 분양을 미루던 단지들이 연말 밀어내기에 나서면서 물량이 많아졌다.
건설사들이 연내에 분양을 서두르는 것은 내년 분양 상황 개선을 기다리는 것보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를 줄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건설사는 자산보다 더 많은 채무와 PF 우발채무를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재무적부담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정부와 금융권에서 PF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건설사들이 PF를 빨리 해소하려는 배경으로 꼽힌다. 전국은행연합회 등 금융권은 지난 7월 'PF 대주단 협약' 개정안을 통해 PF 사업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로 합의했다. PF 만기를 2회 이상 연장할 경우 외부전문기관의 사업성 평가를 거쳐 자율협의회에서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
건설사들의 이러한 속사정은 신규 사업 확보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PF 우발채무를 더 늘리지 않으려는 건설사들이 새 사업 입찰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경쟁입찰이 크게 줄어든 것.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시공사 입찰을 진행한 서울 23개 사업장 가운데 경쟁입찰로 시공사를 뽑은 곳은 단 2곳에 그쳤다.
시공사보다 더 애타는 곳은 일선 정비구역들이다. 시공사들은 여력에 맞춰 사업을 고를 수 있는 반면 일선 정비 구역들은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면 사업이 계속 지연되기 때문이다. 시공사를 구하더라도 경쟁입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는 수의계약을 맺어야 하는 실정이다.
내년에는 일선 정비구역엔 더욱 불리한 환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사업을 본격화하는 현장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건설사들의 수주 역량은 한정적인데 건설사를 구해야 하는 소비자는 늘어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만 해도 내년에 올해보다 더 많은 구역이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을 거쳐 시공사 선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신속통합기획 제도 도입 후 138개소가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했다. 이 중 27개소는 이미 정비구역 지정을 마쳤고, 88개소는 서울시가 신통기획 검토를 마친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11일에 신속통합기획 전환허용 방침을 통해 더 많은 구역 지정을 이끌어 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반 주민제안방식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곳들도 신속통합기획에 편입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한 것.
업계에서는 PF 등 재무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건설사들과 분양성과 사업성이 좋은 현장들에게 유리한 시장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역적으로는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규모 면에서도 1500가구 이상의 대단지와 소규모 단지 간 온도 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건설사 중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적극적인 수주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자체 자산이 48조원이 넘는 데다, 우발채무가 약 3조169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자산이 300조원이 넘는 모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결국 브랜드와 자금력을 앞세운 건설사에 유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개별 사업지에선 공사비를 올리던지 중견사로 고개를 돌리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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