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커·보부상 부재, 개별 관광객 증가로 매출↓ 면세점 4사, 3분기 적자···면세점 대신 로드숍 선호감면 혜택 올해 종료···정부 연장 검토
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11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4% 감소했다. 9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10월 내국인 매출은 11.2% 증가했지만 외국인 매출은 22.4% 줄었다. 이 기간 면세점 방문객 수는 257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올해 면세점 매출은 1~10월 누적 기준 11조9521억원으로 작년(11조2959억원)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24조8586억원)과 비교하면 연간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올해도 연간 매출 14억원을 넘기는 어려울 걸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면세점은 나란히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분기 롯데면세점은 460억원, 신라면세점은 387억원, 신세계면세점은 162억원, 현대면세점은 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면세점 실적이 부진한 건 객단가가 높은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대신 개별 관광객(FIT) 비중이 높아진 영향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과거 면세점의 매출을 끌어올린 유커와 중국 보부상이 줄어들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력이 떨어졌다.
더욱이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형태가 개별 여행으로 전환되면서 쇼핑 장소도 면세점보다 올리브영·다이소와 같은 H&B전문점, 로드숍을 찾아가는 추세다. 업계에선 올해 면세점 업계가 실적 부진을 겪는 사이 올리브영의 매출은 작년보다 약 30% 증가했을 걸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의 내년 전망도 어둡다. 우리나라와 중국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유입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욱이 중국이 내수 진작을 위해 시내 면세점을 확대하면서 중국 소비자가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면세점 업계를 지원하고자 특허수수료 감면을 검토 중이다. 특허수수료는 면세점 이익의 사회 환원을 위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제도로, 면세점 업황이 호황이던 2017년 정해졌다. 연매출 1조원을 넘기는 기업은 매출의 1%, 2000억~1조원은 0.5% 수준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국내 면세 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정부는 2020년부터 4년간 특허수수료 50%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올해도 이 같은 혜택이 연장 적용될지가 관건이다. 특허수수료는 매출에 따라 커지는 구조로, 올해 영업손실을 봤어도 매출이 늘면 내야 할 돈이 불어난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보세판매장운영위원회를 열고 연내로 입장을 정한 뒤 내년 1분기에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면세점 업계가 관련 내용을 건의한 결과다. 이를 통해 면세점 업계 위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면세점 업계의 위축은 현재 진행형이다. 비용 절감 작업에 나서며 구조 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희망퇴직을 받고, 각각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비효율 사업과 조직을 통폐합해 경영 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황선규 한국면세점협회 단장은 "면세점 소비층이 소수 대량 구매자에서 개별 여행객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면세점 쇼핑보다 식도락 같은 체험형 관광이 선호되고, 외국 관광객이 쇼핑 장소로 면세점보다 로드숍을 찾고 있다"며 "내년에도 면세점 업계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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