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03일 금요일

  • 서울 -2℃

  • 인천 -2℃

  • 백령 1℃

  • 춘천 -6℃

  • 강릉 -2℃

  • 청주 -1℃

  • 수원 -2℃

  • 안동 -2℃

  • 울릉도 5℃

  • 독도 5℃

  • 대전 -1℃

  • 전주 1℃

  • 광주 1℃

  • 목포 2℃

  • 여수 4℃

  • 대구 3℃

  • 울산 4℃

  • 창원 5℃

  • 부산 4℃

  • 제주 4℃

산업 제주항공 사고기, 경쟁사 대비 月 최대 78시간 더 운항했다

산업 항공·해운

제주항공 사고기, 경쟁사 대비 月 최대 78시간 더 운항했다

등록 2024.12.30 11:05

수정 2024.12.30 13:05

신지훈

  기자

공유

전문가 "기령 보단 비행시간이 기체에 영향"참사 하루 만 또 랜딩기어 회항···"정비 문제"

제주항공 사고기, 경쟁사 대비 月 최대 78시간 더 운항했다 기사의 사진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대참사를 낸 제주항공 여객기의 월평균 가동시간이 국내 타 항공사와 비교해 최대 78시간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령도 가장 높았다. 더욱이 사고 여객기는 사고 직전 이틀간 총 8개 공항을 오가며 13차례 운항을 했고, 짧게는 38분에서 길게는 5시간 46분에 달하는 비행을 쉴 새 없이 반복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촘촘한 운항이 기체 결함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입을 모은다. 이 과정에서 정비 문제가 있지 않았겠냐는 조심스러운 주장도 나온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안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2009년 9월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B737-800' 기종이다. 주로 6시간 이내 중·단거리 노선에 쓰인다. 국내에선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총 101대가 운항 중이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여객기 41대 가운데 39대가 해당 기종일 만큼 주력으로 이용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보잉사의 737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기종이지만 사고가 잦기로도 악명 높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22년 3월 중국 동방항공의 MU5735편이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에서 추락하며 132명의 사상자를 냈다. 올 3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향하던 알래스카항공 여객기의 객실에서 연기가 나 회항했다. 3월에는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휴스턴행 여객기 엔진 커버가 운항 중 떨어져 나가며 비상착륙하기도 했다.

이번 사고기의 경우 기령(비행기 연령)은 15년으로 확인됐다. 노후 항공기로 분류되진 않는다. 국토교통부에서는 통상 기령 20년 이상을 노후 항공기로 분류한다. 다만 항공 전문가들은 기령보다는 실제 비행시간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특히 단거리 비행의 경우 잦은 이착륙으로 인해 기체 피로도가 더욱 빠르게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기준 월평균 가동시간은 418시간이었다. 월평균 가동시간은 총 유상 비행시간을 보유대수로 나눠 계산한다. 제주항공의 경우 같은 기간 대한항공(355시간)과 아시아나항공(335시간)을 웃돈 수치다. 주요 LCC 항공사들과 비교하면 최대 3.25일을 더 운항했다. 진에어의 경우 371시간, 티웨이항공 386시간, 에어부산 340시간 등 큰 차이를 보였다.

사고기의 경우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8곳의 공항을 오가며 총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게는 40분, 길게는 6시간에 가깝게 운항을 반복했다. 한 공항에 도착 후 1시간 남짓 대기하며 승객을 태우고 곧장 다음 도착지로 출발했다. 사고 하루 전날인 지난 28일에는 일본 나가사키 공항에 오후 12시 4분 도착한 후 48분 뒤인 12시 52분 전남 무안공항으로 향했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 수색 등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 수색 등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와 관련해 전날 브리핑에서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무리한 운항이라고 할 수 없다"며 "계획된 일정에 맞춰 항공기 정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데다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정부 사고 조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오늘 사고는 항공기 정비 소홀 이슈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역시 "항공기를 지속 정비했고 이상 징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제주항공 정비 환경이 열악했고 기체결함 또한 잦았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제주항공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지난 2022년 11월 일본 간사이 공항에서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긴급 회항한 사고와 관련해 "(회사가) 엔진고장을 은폐하기 위해 조류 충돌로 허위 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욱이 참사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제주항공의 사고기와 같은 기종 여객기가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랜딩기어는 사고기의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부품으로, 비행 안전과 직결된 필수 장치다. 사고기는 랜딩기어 3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 이날 회항과 관련해 제주항공 측은 "이륙 전 장비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운항 도중 이상을 발견했다"고 밝히며 부실한 정비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항공 데이터업체 시리움의 자료를 인용해 사고기는 유럽 LCC 라이언에어가 최초 운항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7년 민항기 리스업체인 SMBC 에비에이션캐피털에서 제주항공에 임대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고 기종의 랜딩기어는 잘 설계됐지만 유지 관리가 부실할 경우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보잉 737계열의 안전 문제를 연구해 온 나즈메딘 메슈카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NYT에 "정비는 실제 항공 사고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