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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화이자 탈락한 경구용 비만약 레이스···국내 기업 기회 노린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화이자 탈락한 경구용 비만약 레이스···국내 기업 기회 노린다

등록 2025.04.25 13:14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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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노디스크·일라이 릴리 경쟁 우위 유지국내 기업, 경구형 비만 치료제 개발 초기 단계GLP-1 경구형 제제 시장서 생존 전략 모색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화이자가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다누글리프론'의 개발을 중단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허가를 앞둔 가운데 국내 기업도 경구형 기술 확보 기회를 노리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이자는 다누글리프론 개발을 중단했다. 화이자는 1일 1회 투여 용량 최적화 임상 중 환자 1명에게서 간독성 이슈가 발견됐고, 해당 환자가 약물 중단 후 회복되긴 했으나 더 이상 개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누글리프론은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로 화이자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을 통해 혈당 강하 효과 및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23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량 장기 복용 임상에서는 메스꺼움과 구토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 다수 보고되면서 해당 임상을 중단한 바 있다.

낮은 용량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후속 임상 계획을 마련해 임상에 재도전했으나 다시 부작용 문제로 개발을 중단하게 됐다. 화이자는 앞서 또 다른 경구용 GLP-1인 '로티글리프론'도 지난 2023년 임상 2상 중 간독성 이슈로 개발을 중단했는데, 연이어 임상에 실패하며 경구용 비만약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

노보 노디스크·일라이 릴리, 상용화 코앞


반면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개발에 순항 중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비만 치료제로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에서 최초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승인 신청이다.

이번 신청은 지난 2023년 발표된 3a상 OASIS 1 임상시험의 긍정적인 결과에 기반한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에 따르면 해당 연구에서 50mg 용량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68주간 복용한 참가자는 평균 15.1%의 체중 감소를 경험했다. 이는 위약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로, 약물 효능을 입증했다.

일라이 릴리도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오포글리프론은 이달 임상 3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오포글리프론을 복용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40주간 평균 8%의 체중 감소(약 7.3kg)를 경험했으며, HbA1c 수치도 평균 1.3~1.6%p 감소했다. 특히 고용량 복용군의 65% 이상이 당뇨병 진단 기준인 HbA1c 6.5% 이하로 개선됐다.

일라이 릴리는 연말까지 비만 치료제로서 오포글리프론에 대한 FDA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며, 내년 상업화가 목표다. 내년에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승인도 추진 중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로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점한 두 기업이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도 선두 주자로 치고 나가며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이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은 모두 연구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다. 후발주자로서 경구용 제형 개발 기술을 확보하고 경쟁사 대비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 대부분 전임상~임상1상 단계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 중 가장 앞서 나간 곳은 디앤디파마텍이다. 디앤디파마텍은 경구 투여 플랫폼 '오랄링크(ORALINK)'를 기반으로 GLP-1 기반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공동 개발 중이다. 미국 바이오기업 멧세라(Metsera)와 비만 치료제 'DD02S', 'DD03' 및 해당 기술을 활용한 추가 개발 품목 'MET06'에 대해 5500억원 규모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경구용 GLP-1/GIP 이중 작용제 'DD14' 및 경구용 아밀린 작용제 'DD07' 등을 라이선스 대상 품목으로 추가하는 수정 계약을 체결하며 총 기술이전 계약 규모를 1조원 이상으로 늘렸다.

이중 DD02S는 멧세라 주도로 북미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임상 2상 시험에서 전체 환자의 12주차 투약을 완료한 상태다. 회사는 1차 평가지표(MRI-PDFF)를 포함한 주요 데이터 분석에 착수했으며, 6월 중순 1차 평가지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앞서 비글견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을 통해 DD02S가 리벨서스 대비 최대 10배 이상 높은 5%의 흡수율을 보인 실험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리벨서스는 2형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GLP-1 유사체로, 시중에 출시된 유일한 경구용 제품이다. 리벨서스의 흡수율은 0.4%로 추정된다.

이외에 임상 단계에 있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은 일동제약의 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의 'ID110521156'와 LG화학의 'LB54640'가 있다.

ID110521156는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으로, 지난해 2월까지 단회용량상승연구(SAD)를 진행한 후 다중용량상승연구(MAD)에 대한 후속 임상 시험을 승인받아 이달까지 임상이 예정됐다. 앞서 질환 동물모델을 이용한 효능평가 및 독성평가에서는 인슐린 분비 및 혈당 조절과 관련한 유효성, 안전성 등을 확인했다.

LB54640는 LG화학이 개발해 지난해 1월 총 계약 규모 3억500만달러(약 4378억원, 선급금 1억달러)로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한 포만감 신호 유전자(MC4R, Melanocortin-4 Receptor) 작용제이다. 현재 희귀비만증인 시상하부비만증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7월 임상 2상 첫 시험자 대상 투약을 개시해 연내 톱라인 데이터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LB54640는 특정 비만증을 타깃하고 있는 만큼 GLP-1 계열 비만약과는 다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외의 기업은 모두 전임상(비임상) 단계에 머문 상태다.

삼천당제약은 GLP-1 경구용 치료제 신약 'SCD0506'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비임상 실험을 완료하고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당뇨 적응증은 내년, 비만 적응증은 2027년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젠과 인벤티지랩,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등은 최근 비임상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프로젠은 나스닥 상장사 라니테라퓨틱스와 경구용 비만치료제 'RPG-102'(RT-114)을 공동 개발 중이다. RPG-102는 프로젠의 GLP-1·GLP-2 이중 작용제 'PG-102'을 라니의 경구용 '라니필 캡슐'에 적용한 제품이다.

프로젠에 따르면 PG-102는 전임상에서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터제타파이드)보다 우수한 체중 감소와 제지방량(체중에서 지방을 제외한 무게) 보존 효과를 보였는데, 이번 경구용 비임상 연구에서는 주사제와 비교해 더 높은 최대 혈중 농도(Cmax)와 빠른 도달 시간(Tmax)을 나타냈고, 생체이용률은 111%를 기록했다. 체중 감소 효과도 주사제와 유사한 6.7%수준이었고,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프로젠과 라니는 올해 상반기에 임상 1상 시험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인벤티지랩은 지난 24일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를 먹는 제형으로 개발한 'IVL3027' 전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인벤티지랩에 따르면 IVL3027은 생체이용률(흡수율)이 2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리벨서스와 비교해 약 73배 향상된 수치다.

인벤티지랩은 "이러한 결과는 매주 1회 투여 주사제형 또는 매일 1회 복용 경구제형으로 구분된 기존 투여 옵션 대비, 매주 1회 경구투여라는 새로운 복약패턴을 제시한 최초의 시도에 해당한다"면서 "약물 특성을 보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약물 전달 기술을 통해 경구 제형으로도 충분히 주 1회 투여(복용)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유기합성 물질 기반 GLP-1 수용체를 비만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3개의 물질 특허를 출원했고, 최근 진행한 동물 시험에서 글로벌 3상 완료 단계 경쟁 제품 대비 우월한 약물동력학(PK) 결과를 확보했다. 추가적인 효력 시험을 통해 최종 물질 확보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정규 독성 및 임상 시험을 준비하면서 얻은 전임상 시험 결과를 글로벌 학회에서 발표해 기술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방침이다.

디엑스앤브이엑스 관계자는 "새롭게 확보한 비교 동물 시험 결과는 우리가 개발중인 물질이 예상을 뛰어넘는 비만 치료 효력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해외 학회 발표를 통한 홍보와 동시에 현재 진행중인 라이선스 아웃 협상도 더 빠르게 진행해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 대웅제약은 특허 출원 단계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 GLP-1·GIP '이중 작용제' 신약 물질을 발굴하고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다. 영장류 효력 시험을 포함한 추가 연구를 병행하는 한편, 공동 개발 및 라이선싱 아웃 등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고려해 파트너십 협상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은 경구용 비만약의 해"라면서 "글로벌 비만 치료제 트렌드는 주사제에서 경구용으로 확장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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