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펀드 출자에 RWA 400%→100% 특례 검토은행 자본부담 낮춰 혁신기업·민간 모험자본 투자 유인과도한 완화 땐 건전성 훼손·시장 왜곡 우려도 제기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건전성 태스크포스(TF)는 은행이 정부 출자 정책펀드에 투자할 경우 적용되는 위험가중자산(RWA)을 현행 400%에서 10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RWA 특례 적용 대상, 적용 한도, 운용 모니터링 방안을 구체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책펀드는 정부가 후순위 출자하거나 보조금으로 손실 위험을 낮춘 만큼 은행 자본비율을 완화해도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은행은 벤처펀드나 혁신기업 지분투자 시 최대 400%의 RWA가 부과된다. 주택담보대출(15%)이나 기업대출(100% 이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자본규제 부담 때문에 혁신기업 투자를 꺼려왔고, 정부 정책펀드 출자에도 소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정책펀드란 일반 사모펀드와 달리 정부가 특정 산업 육성 등을 위해 법률에 따라 설립·출자하는 펀드를 뜻한다. 정부 재원이 일부 후순위 출자나 손실 보전 역할을 하여 민간 투자위험을 낮추는 구조다.
고위험 평가에 막혔던 혁신금융, 정책펀드 특례로 '물꼬'
RWA 특례가 도입될 경우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보수적인 자산운용에서 벗어나 혁신기업 지원에 더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 자금공급 확대를 통해 AI·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들이 성장자금을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금융중개 기능을 통해 생산성 부문으로 자금 흐름을 촉진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또한 은행 자본이 정책펀드를 통해 벤처캐피탈 시장으로 흘러들면 침체된 민간 모험자본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정부 재정과 은행 자본이 창업·벤처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는 선순환을 노릴 수 있다는 평가다.
해외에서도 이미 유사한 특례가 도입돼 있다. 유럽연합(EU)은 각국 정부가 설립한 정책펀드에 투자할 경우 RWA 100%를 부여하도록 허용했고, 미국도 저소득층 주택개발·소상공인 지원 투자에 자본규제 완화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RWA 특례 도입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위험가중치를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 은행 건전성 지표가 실제보다 양호하게 보이는 착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례를 받은 투자자산의 위험이 그대로인데 규제상 부담이 줄어들면 은행들이 해당 분야에 과도한 투자에 나설 수 있다.
혁신기업 투자가 성과를 내지 못해 손실로 이어질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이 흔들릴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규제상의 허용치와 실제 리스크 사이의 괴리가 발생했을 때 비용 부담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은행 돈을 지나치게 정책 목적에 동원하면 민간모험자본이 시장 논리에 따라 흐르지 못하고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특례 적용 대상을 제한된 범위로 한정하고,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선 한도·요건 엄격 관리···세제·정책 지원도 필요
해외에선 특례 한도와 함께 펀드별 법적 자격 요건과 운용 투명성 기준 등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바젤 기준은 특례로 위험가중치를 낮춰줄 경우 자본규제의 왜곡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특례를 받는 익스포저 규모를 은행 자본의 10% 이내로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과 미국 등도 특례 적용 대상 펀드에 법적 자격요건을 부여하고 은행당 투자한도 등을 설정했다.
단순한 규제 완화만으로는 민간 자금의 혁신산업 유입을 충분히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책펀드에 대한 RWA 특례가 도입되더라도 민간 모험자본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세제 인센티브나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세제 혜택, 민관 공동투자 프로그램 등 유인책이 함께 마련돼야 정책 목적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400% RWA 기준은 고위험 혁신 활성화를 위축시켰기 때문에 특례 도입은 민간 모험자본 참여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자본규제 완충 기능이 약해지면 은행 건전성 지표가 왜곡될 수 있는 만큼 위험가중치 완화가 과도해지지 않도록 한도를 설정하고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