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격차는 상반기만 15조원으로2분기 저조한 실적에도 미래 성장성 주목비메모리 사업 호재, AI·HBM 도약 본격화 기대
그러나 수조원대 적자 행진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미운 오리새끼와 같았던 파운드리가 테슬라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백조로 거듭나자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파운드리가 쏘아올린 부활 신호탄을 기점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전 부문도 2분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31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2분기 확정실적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매출액은 27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4000억원이었다. 이는 전년대비로 보면 매출액은 2% 줄었고 영업이익은 6.1%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실적과 관련해 "영업이익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사업의 재고 자산 평가 충당금과 비메모리 사업의 대중 제재 영향에 따른 재고 충당 발생으로 전분기 대비 8000억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적은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더욱 우울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액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재차 갱신했다. 매출액은 삼성전자 DS부문 보다 적지만 영업이익은 23배 이상 많이 거둬들였다. 한마디로 SK하이닉스가 더욱 알짜의 장사를 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격차는 올해 상반기 누적으로만 15조1534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2개 분기만에 15조원 넘게 삼성전자 DS부문을 따돌렸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DS부문과 모바일, TV, 가전 등을 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합친 전사 영업이익도 넘었다. 2분기 기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4조7000억원이다. 상반기 누적으로도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11조4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16조6534억원)에 뒤쳐져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의 실망스러운 2분기 성적보다 하반기 기대감에 눈을 돌리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고전했지만 그중에서도 골칫덩어리와 같았던 비메모리가 꿈틀대면서부터다.
삼성전자의 DS부문에 대해 낙관적인 시선으로 바꾼 계기는 바로 글로벌 대형 기업인 테슬라와 22조7648억원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 체결이다. 계약기간은 이달 24일부터 2033년 12월 31일까지 총 8년의 장기계약으로 테슬라의 AI6칩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긴 것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그간 수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해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영업이익을 따로 발라내 공개하진 않지만 시장에서 추정하는 작년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의 연간 적자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한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만도 5조원대 적자를 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지난 2022년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마저 제치고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양산에 성공했다. 성공의 기쁨도 잠시, 수율에 말썽이 생기면서 고객사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랬던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에 계약을 따낸 테슬라 AI6칩은 최첨단 공정인 2나노 공정이 적용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기술력을 인정받고 고객사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내 시스템 LSI 사업부도 최근 희소식을 전했다. 이들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던 엑시노스가 MX사업부의 하반기 메인 제품인 폴더블폰에 탑재됐다는 점에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폴드7에 스마트폰의 두뇌역할 부품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제품을 채택했지만 갤럭시 Z플립7의 경우 자사의 엑시노스 2500을 적용했다. 폴더블폰 시리즈 사상 엑시노스가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가 만드는 AP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생산한다. 즉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 사업에 있어 엑시노스의 갤럭시 시리즈 채택은 이익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엑시노스 2500은 초기 수율 및 성능 등의 문제로 삼성전자 MX사업부의 상반기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S25 시리즈에는 탑재되지 못했다. 이를 감안하면 엑시노스의 이번 폴더블폰 진입은 고무적인 성과이며 하반기 성적을 기대해볼만한 요소다.
문제는 메모리다. 인공지능(AI) 붐으로 개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은 여전히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HBM 시장의 현재 메인 제품인 HBM3E(HBM 5세대)는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품질검증) 벽을 아직 넘지 못했다.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은 이미 납품을 진행 중이며 다음 세대 제품인 HBM4(HBM 6세대)의 샘플 제공도 한발 앞서 마쳤다. AI반도체로 인한 메모리 시장의 훈풍에도 SK하이닉스만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삼성전자는 추운 겨울을 보내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2분기에서 HBM 등의 메모리 제품 관련 재고평가 충당금으로 반영하며 재고 부담을 떨쳐낸 데다 하반기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퀄 테스트가 통과될 것으로 기대, HBM에서도 영향력을 점차 넓혀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HBM4부터는 기존에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만들던 베이스 다이를 파운드리가 맡게 된다.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삼성전자의 '턴키 솔루션'이 빛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뜻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은 21%(25년)에서 35%(27년)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테슬라에 인정받은 파운드리 기술력에 이어 HBM까지 안정적 수준에 오르게 될 경우 추가적인 사업 기회가 뒤따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 유의미한 성과는 부재하지만 첨단 패키징(Advanced PKG)도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로직 파운드리+HBM+첨단패키징의 턴키 비즈니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업계에 아직은 유례가 없는 유일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2234ju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