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앤더슨 전 미 해군 사령관 영입필리 조선소 인수 후 현지 투자 가속화MRO 사업·미군 함정 수주 강화 포석
15일 한화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 한화디펜스USA는 최근 토마스 앤더슨 전 미 해군 사령관을 조선부문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미 해군에 34년간 복무하며 선박 및 해군 해상시스템사령부(NAVSEA) 사령관 대행, 프로그램집행사무관(PEO) 책임자 등을 거쳤다.
앤더슨 사장은 지난 2023년부터 한국을 방문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소를 찾아 한국 조선업과 미 해군과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두 조선사의 연구개발(R&D) 시설을 방문해 한국의 특수선 사업 기술력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한화디펜스USA의 조선 부문에서 프로그램 전략과 인프라 개선, 인력 개발 등을 총괄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그가 해군 조선과 무기체계 전반을 정통한 만큼, 향후 한화그룹의 미국 해군 함정 수주 및 현지 방산 사업 확대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나선 이후 국내 조선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필리 조선소를 1억 달러(1400억원)에 인수해 미국 상선 및 군함 건조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을 확보했다. 필리 조선소에는 50달러(7조원)를 투자해 선박 건조능력을 연간 1~1.5척에서 20척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후 한화는 한화디펜스USA를 중심으로 인재 영입 및 사업 확대에 나서며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한화디펜스USA는 미국 육해군과 미국 방산기업에 근무한 현지 방산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고, 최근에는 미국의 자주포 현대화 사업 입찰에 나서며 수출 확대에 힘쓰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화 방산 3사의 해외 총괄법인 한화글로벌디펜스를 미국에 설립하기도 했다.
한화가 미국 방산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건 미국과의 비즈니스 신뢰 관계를 구축해 마스가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마스가 주도권을 잡으면 향후 미국 내 방산 리더십은 물론,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자국 우선주의가 짙은 미국 해군 함정 건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마스가의 핵심은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이다. 군함 MRO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진 않지만, 미국 방산 및 안보 정책과 직결되는 사업인 만큼 전략적 가치가 높다. 군함 MRO는 단가가 높고 장기 계약 및 미래 수주, 주도권 자산 측면에서 경제적 가치도 매력적이다.
다만 한화는 조선 1위 HD현대보다 상대적으로 조선 기술력과 인프라, 경험이 부족하다. MRO는 단순 정비가 아닌 함정 구조와 장비, 전력체계의 기술력이 핵심인데, HD현대의 경우 국내 장보고급·세종대왕급 대형 수상함·잠수함을 직접 건조한 경험이 있다. 한화는 장비와 무기체계 측면에 강점이 있으나 함정 구조의 설계·제조 경험이 없어 실적과 신뢰가 약한 입장이다.
한화는 조선소 인수를 통한 현지 진출, 건조능력 확대 투자, 인재 영입을 통해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앤더슨 사장은 미 해군 사정과 현지 규제 문제 등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한화의 현지 함정 시장 진출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크 스미스 한화디펜스USA 사장 겸 CEO는 "앤더슨 사장의 풍부한 전문성과 창의적 리더십이 한화의 글로벌 조선·방산 사업 확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의 다양한 과제에 혁신적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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