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의 명과 암
물론 코로나 종식이 손에 잡히지 않는 만큼 당분간 원격수업은 계속돼야 한다. 문제점 포착과 신속한 수정-적용은 필수다.
직장인도 마찬가지. 새 환경에 놓였다. 전에 없던 재택근무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지난 11월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55.1%는 ‘재직 중인 회사가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강약 조정은 있어도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를 멈출 수는 없는 상황. 직종이나 기업 규모별로 차이는 있을지언정(재택 경험율 = △대기업 82.1% △중견기업 63.4% △중소기업 43.8%) 회사 일을 집에서, ‘평일에’ 하는 시대는 지속될 전망이다.
재택의 효과는 어땠을까? 우선 직원 입장에서는 ‘편리’가 ‘불편’보다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에서 직장인 937명 중 60.2%(564명)가 불편함보다는 효용성이 더 크다고 답한 것.
이유로는 ‘출퇴근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41.2%)’를 가장 많이 꼽은 가운데, ‘일과 가정 모두 챙길 수 있다(25.5%)’, ‘여가시간 확보로 삶의 질이 향상됐다(20.2%)’,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11.5%)’ 등을 들었다.
고용주나 경영진한테도 이득은 있다. 직원들의 통근시간이 줄어 업무 집중력과 생산성 향상을 기대해볼 수 있다. 고용 관련 비용이나 사무실 유지에 드는 돈을 절감하는 것도 가능. 현장근무나 대면 처리가 필수인 일이 아닌 이상, 업무의 공간적 제약을 통째로 들어낼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낯선 건 어쩔 수 없다. 부작용도 상당하다. 특히 장소에 구애받지 않음을 상사가 악용하거나 업무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려 할 때, 직원 입장에서는 불편이 극대화된다.
이는 앞선 조사에서 오히려 불편함이 효용성보다 크다고 답한 39.8%(373명)의 직장인이 꼽은 그 이유들에 녹아있기도 하다. ‘되레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다(31.9%)’, ‘일과 가정생활이 분리되지 않는다(27.6%)’, ‘의사소통 곤란(27.3%)’, ‘근태관리 간섭(10.2%)’ 등을 언급한 것.
실제로 이들의 불편 사례를 약 200건 청취한 결과 ‘간섭·감시’, ‘업무시간 외 지시’로 분류되는 내용이 다수였다. ‘30분마다 컴퓨터 화면을 캡처해 보내야 한다’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밤낮없이 일하게 됐다’는 직장인도 적지 않았다. ‘일하는 모습을 화상통화로 인증해야 한다’는 이도 있었다. 신종 갑질이 따로 없다.
경영자도 할 말은 있다. 한 홍보대행사 대표는 “업무시간에 집에 머무르지 않고 수시로 외출을 하는 직원도 있었다”며, “근태를 확인할 적정선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토로한다. 중간관리자들 역시 사무실에 나올 때 대비 성과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직원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원활한 재택근무를 위해 쏟아야 하는 HW 및 SW 비용도 사무실 출근 시 발생하는 비용 못지않다는 사실. 여기에 네트워크 환경, 업무 문서, 회계 시스템 등에 필요한 사내 보안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갈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은행이 내놓은 보고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쟁점과 평가’는 재택근무로 경영자가 관리·감독에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 또한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없다”며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 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 앞서 말했듯 확진자 추세에 따라 조절은 될지언정 재택근무 빈도가 올해도 적지 않을 것임은 명백해 보인다.
게다가 한은의 보고서는 현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하이브리드’ 형태로 변모하는 등 재택근무 증가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택근무에 관한 경영진&직원의 인식 개선, 이미 많은 시간과 자원을 원격근무에 투자했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최근 실시된 잡코리아 조사에서도 인사담당자의 약 70%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재택근무는 새로운 업무방식으로 정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한국은행 보고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쟁점과 평가
이제까지 재택근무를 심적으로 물적으로 ‘납득하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재택근무를 통해 삶의 질과 업무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도록 개인별·부서별·기업별 맞춤형 고민을 해보는 것.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게 된 시대, 열매를 키우는 건 우리 몫이다.
뉴스웨이 이성인 기자
si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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