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악화에 시달리는 정유업계 =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분기 3826억원의 영업이익을 봤다. 지난해의 반타작도 안되는 수치였다. 정유사업 부진이 문제였다. 정유부문 매출은 11조4814억원에 달했지만 정작 영업이익은 133억원에했다. 만회한 건 비석유사업이었다. 화학과 윤활유, 석유개발사업이 고부가가치를 내며 영업이익 감소폭을 줄였다.
S-OIL의 3분기는 더 혹독했다. 전년동기대비 95.1% 급감한 25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가운데 정유부문은 1686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입었다. 윤활유와 파라자일렌, 벤젠 등의 사업이 선전해 정유사업이 낸 적자를 메웠다.
반면 GS칼텍스는 웃었다. 34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분기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정유부문은 지난분기 1303억원의 적자를 씻어내며 8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정기보수로 인한 비용 등이 없어 경쟁사 대비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GS칼텍스의 3분기 선전에도 불구하고 4분기 전망에 대해 부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적 변수는 역시 정유부문에 있다. 신흥국의 수요 약세와 신규 정제설비 가동 등에 따라 석유사업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부가가치 ‘화학’산업으로 사업 다각화 노려=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정유보다는 화학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외부요인에 수익성이 크게 좌우되는 정유업계 특성상 보다 안정적이고 고부가가치를 내는 사업으로의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견조한 실적을 내면서 고부가가치로 떠오르는 사업 중 하나는 윤활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3분기 정유사업에서 11조4814억원어치의 기름을 팔아 불과 133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윤활유사업은 7404억원을 팔아 627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GS칼텍스도 정유사업에서 9조6310억원의 매출, 영업이익은 852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윤활유사업은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3949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582억원의 이득을 내며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정유사업에 비해 윤활유가 훨씬 많이 남는 장사란 얘기다.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 S-OIL이 국내 윤활유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현대오일뱅크도 윤활유 시장에 뒤늦게 출사표를 던졌다. 정유4사가 모두 윤활유 시장에서 된 셈이다.
SK의 경우 해외시장 공략에 매진 중이다. 스페인 정유업체 렙솔과 손을 잡고 내년 완공되는 대규모 윤활유공장을 건설 중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SK는 총생산규모 5만2300배럴로 국내 최대 윤활유업체로 등극한다. S-OIL도 인도와 중국 등 신흥국시장과 고급 윤활기유 수요가 많은 미국, 유럽 등지에도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시장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GS도 탄력적인 생산조절 체계를 갖추고 매년 30% 이상의 매출성장을 기록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도 내년 윤활유공장이 완공되면 기존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간다.
석유화학제품의 공장증설 및 진출도 활발하다. SK종합화학이 최근 일본 미쓰비시케미칼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합성수지 원료인 아크릴산 공장건설을 진행 중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고부가가치 사업의 라인업을 강화시킨다는 개념이다. SK인천석유화학도 최근 PX(파라자일렌) 공장 증설을 놓고 환경문제로 주민들 반대에 부딪혔지만 공사 강행을 고집하고 있다. 중국내 PX수요가 많아지며 업황 전망도 밝기 때문이다.
현재 2015년까지 GS칼텍스와 S-OIL 등에서 PX공장 증설 계획을 갖고 추진 중이다.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며 ‘제5정유사’로 불리고 있는 삼성토탈도 최근 PX공장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유업체들이 잇따라 석유화학쪽 설비를 늘리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제마진 악화로 위기에 빠진 기업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고 있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기업들로서는 이윤 확보가 더 확실한 윤활유나 석유화학제품쪽으로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 추세에 있고, 내수에서도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면서 “과거 석유 수요가 높던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신흥국들에서 자체 정제 시설을 크게 늘렸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석유제품 수출 환경은 더 안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 연구위원은 또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사업으로 투자를 늘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윤활유 사업의 경우 정제 능력이 세밀해야 되고, 다른 화학 제품들도 고도화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로서는 한동안 신흥국들의 추격 없이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나 후발국들이 석유제품처럼 시설을 늘려 따라오기에는 화학제품쪽은 기술력의 차이가 있어 당분간은 선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후발국과의 기술 격차를 계속적으로 벌리는 게 과제로 주어졌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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