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학사고가 잇따르며 재계는 정부의 환경규제 완화 방침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벌써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 여수시 원유2부두에서 싱가포르 유조선이 무리하게 접안하려다 GS칼텍스가 소유한 송유관 3개를 파손하면서 총 164㎘로 추정되는 배관내부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 원유와 함께 유독물질 나프타 등이 유출됐다.
지난 22일에는 울주군 온산공단 온산항사거리에서 고려아연이 스팀배관을 설치하려다 시공자가 지하 2m에 매설돼 있던 화학물질 이송 배관을 파손해 자이렌 혼합물 3만ℓ가 유출, 주변 토양과 바다가 오염됐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차례 규제완화를 외쳤고 환경부 업무보고를 통해 환경규제 개선을 주문하는 등의 행보를 펼쳐 왔다. 이런 와중에 생긴 사고들이다.
여론이 악화되면 규제완화 보다는 강화 쪽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9일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여수기름유출 사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환경책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환경사고 책임주체와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환경피해구제기금을 조성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환경오염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환경오염피해구제기금이 설치되고 기금을 관리 운용할 수 있는 환경오염피해구제기금단도 설치된다.
기금 확보에 필요한 재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환경책임부담금이 부과된다. 이 부담금을 내지 않으면 정부가 영업정지처분까지 내릴 수 있다. 특히 이 법안은 자연환경 훼손까지 환경오염피해로 확대 정의해 오염 발생시 자연을 원상회복시키라는 조항도 들어갔다.
앞서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같은 법안은 기업들의 우려속에서도 2015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환구법), 환통법(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 등도 줄줄이 진행대기 중이다.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환경규제에 기업들은 속만 태우고 있는 상황. 화학업계는 환경규제들이 하위법령을 통해 예외 규정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기업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이같은 규제가 기업의 원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안전과 환경을 강조하는 동시에 경쟁력도 함께 챙겨야 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충분한 고려 없이 규제가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규제는 대기업들도 힘들지만 중소기업들에게 더 큰 기업 부담으로 다가온다.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뿐 아니라 한번 사고 발생시 기업 부도로 이어질 수 도 있을만큼 위협적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사고를 막고 이로 인한 인명피해나 환경오염을 예방해야 한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너무 많은 환경규제가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일일이 다 챙기지도 못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환경규제가 취지대로 진행되려면 기업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기업 사정과 특성에 맞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한다”면서 “기업들이 다 지키지도 못할 규제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보다 충분히 시간을 주는 방향으로 규제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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