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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힘·빠른 가속 일품’ 한국GM 말리부 디젤

[NW시승기]‘강한 힘·빠른 가속 일품’ 한국GM 말리부 디젤

등록 2014.03.20 09:22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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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탄생한 국산 중형 디젤 세단···변속기 단수 올려 변속 응답성·가속성 향상

한국GM 쉐보레 말리부 디젤. 사진=한국GM 제공한국GM 쉐보레 말리부 디젤. 사진=한국GM 제공

한국GM은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대한민국 디젤 승용 세단의 역사를 선도해 온 자동차 메이커다.

국산 자동차 역사상 첫 디젤 세단은 1980년 새한자동차(한국GM·대우자동차 전신)가 선보인 ‘로얄 디젤’이다. 로얄 디젤은 1978년 출시한 레코드 로얄의 뼈대에 독일 오펠공장에서 만든 2.0리터 디젤 엔진이 얹어진 차다.

로얄 디젤은 출시 이후 1만2000여대가 팔렸다. 그러나 9년 뒤인 1989년 로얄 디젤은 단종됐다. 단종 이유는 심하게 큰 소음과 진동 때문도 있었지만 시커먼 매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 후 이 회사의 세단 라인업에서 디젤 모델은 사라졌다. 한국GM 제품 라인업에 디젤 세단이 다시 등장한 것은 2006년 토스카부터다. 당시 GM대우는 군산공장에서 만든 4기통 2.0리터 VCDi 엔진과 일본 아이신의 5단 자동변속기를 물린 형태의 토스카 디젤을 내놨다.

그러나 토스카 디젤은 지극히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운의 차’라는 오명을 쓴 채 미미한 판매 성적을 남기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한국GM의 중형 디젤 세단의 역사는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2014년 한국GM의 중형 디젤 세단 역사는 다시 이어졌다. 쉐보레의 주력 차종인 8세대 말리부의 디젤 모델이다.

쉐보레 말리부 디젤은 2006년 현대차 쏘나타 디젤의 단종 이후 8년 만에 등장한 국산 디젤 중형 세단 신차다. 2010년대 초반부터 수입차 시장에서 비롯된 디젤 세단의 열풍에 늦게나마 국산차업계가 응답한 셈이다.

한국GM 쉐보레 말리부 디젤. 사진=한국GM 제공한국GM 쉐보레 말리부 디젤. 사진=한국GM 제공

말리부 디젤은 기존 말리부 가솔린 모델의 차체를 기반으로 독일 오펠공장에서 생산된 4기통 터보 엔진에 일본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린 차다.

기존 말리부 가솔린 모델이 보령공장의 변속기를 쓴 것에 반해 디젤 모델은 아이신의 변속기를 썼다. 한국GM은 개발 과정 중 시험을 거친 결과 아이신 변속기와 오펠 엔진의 궁합이 일명 ‘보령 변속기’와 오펠 엔진의 궁합보다 더 좋아 아이신 변속기를 탑재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열린 말리부 디젤의 미디어 시승회는 강원 홍천군 44호선 국도 팜파스휴게소부터 양양군 한계령휴게소를 거쳐 강릉시 경포호 인근까지 135㎞의 구간에서 진행됐다. 특히 고갯길과 굽은 길이 유독 많아 디젤 자동차의 맛을 느끼기에 딱 좋은 구간이었다.

흡음 측면에서 많은 진화를 이뤘지만 그래도 디젤 자동차이기 때문에 약간의 소음은 발생한다. 특히 초반 주행 구간 하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약간 거슬린다. 그러나 그 정도 소음도 듣기 싫다면 아예 전기차를 타는 것이 옳다. 디젤차는 적당히 시끄러워야 제 맛이잖은가.

지난 2011년 출시된 기존 말리부 가솔린 모델에 비해 말리부 디젤은 확실히 변속 응답성과 가속성에서 합격점을 줄 만하다. 변속기의 단수를 5단에서 6단으로 올린 것에 따른 효과다. 정통 디젤 자동차답게 한 번 가속이 붙으면 무서운 힘을 앞세워 씽씽 달려간다.

박병완 한국GM 파워트레인 부문 부사장이 지난 19일 강원 강릉시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에서 열린 쉐보레 말리부 디젤 미디어 시승회 세션에서 4기통 2.0리터 터보 디젤 엔진의 제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GM 제공박병완 한국GM 파워트레인 부문 부사장이 지난 19일 강원 강릉시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에서 열린 쉐보레 말리부 디젤 미디어 시승회 세션에서 4기통 2.0리터 터보 디젤 엔진의 제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GM 제공

독일 오펠공장에서 온 4기통 터보 엔진의 힘은 상당하다. 말리부 디젤에 얹어진 이 엔진은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워즈 오토’가 선정한 2014년 10대 엔진 중의 하나다.

말리부 디젤의 최대토크는 35.8㎏·m지만 순간적 가속이 필요한 부분이나 언덕길에서 힘을 내야 할 대목에서는 더 센 힘을 낸다. 오버 부스트 효과 덕분이다. 오버 부스트 효과가 발생하면 말리부 디젤은 38.8㎏·m의 힘을 낸다.

강한 힘에 이은 디젤 자동차의 또 다른 장점은 높은 연비에 있다. 물론 도심 구간에서의 연비는 조금 떨어졌다. 그러나 급가속과 급감속을 거푸 했음에도 1리터당 11㎞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출발지에서 중간 기착지인 한계령휴게소까지 기록한 실연비는 11.7㎞였다.

만약 가솔린 말리부를 타고 같은 거리를 달렸다면 1리터당 7~8㎞ 수준의 연비가 나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웬만큼 몸이 풀린 말리부 디젤은 초반보다 소음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솔린과 디젤 모델의 차이는 크게 없어 보인다. 오히려 디젤이 낫다는 느낌이다.

고속 주행 구간에서는 묵직한 주행감이 일품이다. 이 느낌은 말리부의 증조부 격인 매그너스 시절부터 지켜온 나름의 DNA다. 가속력도 흠잡을 곳이 없고 연비 역시 기대치를 상회한다. 고속 구간에서 기록한 말리부 디젤의 실연비는 15.7㎞였다.

말리부 디젤의 경쟁 모델은 폭스바겐의 파사트다. 현대자동차가 연내 출시를 검토 중인 LF쏘나타의 디젤 모델 역시 잠재적인 말리부 디젤의 경쟁 차종으로 꼽힌다.

파사트와 말리부 디젤은 나란히 2.0리터 디젤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린 대표적 전륜구동 중형 디젤 세단이다. 두 차를 비교하면 말리부 디젤이 가격 경쟁력과 파워에서 앞선다. 연비는 파사트가 조금 더 낫다.

그러나 한동안 끊겼던 국산 디젤 세단 역사를 다시 이었다는 점으로 말리부 디젤은 좋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디젤 특유의 강한 힘을 수입차보다 1000만원 저렴한 값(파사트 4140만원·말리부 디젤 2920만원)에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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