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입찰제 폐해, 과징금 ‘폭탄’에 관심 밖으로정부 대형공사 등떠밀기···건설사 짬짜미 조장
건설시장 침체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국내 경제 상황 자체가 어그러지면서 건설업체의 사업 영역도 흔들리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공공공사마저 건설사들이 발을 빼고 있다.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를 겪는 상황에선 다소 의아한 현상이다.
이는 건설사들이 정부의 전 방위 공공공사 발주에 맞추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입찰 짬짜미를 자행, 과징금 폭탄을 맞으면서 더 심해졌다.
실제, 최고 과징금 부과 예정 호남고속철도 짬짜미를 제외하더라도 공정위가 현재 짬짜미 협의를 조사 중인 사업만 10여 건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하면 올해 추징될 과징금은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23일에는 현대건설 등 잇따른 입찰 짬짜미로 논란에 선 대형 건설사들이 불공정 행위를 반성하고 공정경쟁과 드 준법경영을 다짐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다수의 국책 건설사업이 사실상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주됐지만 국책사업을 완수한다는 사명감으로 손실을 감수하며 수행했다”며 “건설사들이 불공정 행위로 엄청난 부당이익을 챙긴 것처럼 호도돼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과징금 탓에 건설사들 공공수주 꺼려=CEO스코어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중 지난해 거둬들인 영업이익으로 현재(7월 18일) 공정위에서 부과한 과징금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절반에 불과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거둬들인 영업이익이 과징금보다 24.3배나 돼 가장 여유로운 상태다. 삼성물산 14.3배, 포스코건설 13.5배, 현대건설 12.8배, 롯데건설 6.9배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은 영업이익보다 과징금이 많게는 21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대건설은 이명박 정부 후반기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 4대강 1차 턴키공사와 광주총인시설 공사 등에서 최근 3년간 과징금 규모가 620억원으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대림산업 564억원, SK건설 508억원, 대우건설 486억원, GS건설 444억원, 포스코건설 333억원, 삼성물산 304억원, 현대산업개발 288억원, 롯데건설 76억원, 한화건설 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흐름은 지속해서 이어져, 건설사들의 수주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최근 공공공사 입찰 참여 자체를 꺼리거나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올해 초 대형 공공공사로 주목받았던 인천국제공항 3단계 확장사업인 제2여객터미널 골조 외장공사만 해도 그렇다.
10대 건설사들은 수익성을 문제로 수주를 포기하는 바람에 두 차례나 유찰된 끝에 수의계약으로 한진중공업 컨소시엄에 시공권이 돌아가기도 했다.
◇‘최저가입찰제’ 탓 사업하고도 적자?=공공공사에 건설사들이 발을 빼는 것은 이 사업을 추진할 업체들의 여력이 점점 줄어든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견 건설사는 기술력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재무구조가 취약하다 보니 당장 수익원 확보가 급한 곳이 대부분이다. 적정 이익률을 보상받지 못하면 참여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같은 사업은 대형 건설사들의 몫으로 남는다. 그러나 통상 민간공사는 5% 내외 수익이 남고, 공공공사는 수익률이 3% 남짓이라 짬짜미를 해야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공공사업 입찰 구조는 등 떠밀린 대형 건설사들의 입찰 짬짜미로 귀결된다.
더 큰 문제는 최저가입찰제다.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최저가입찰제’라 경쟁을 통해 공공공사를 수주하면 사업을 하고도 적자를 보는 구조적 문제에 도달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현실성 있는 공사비 책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공사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정해 몰아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형국”이라며 “입찰제도 변경과 함께 현실성 있는 공사비 책정이 입찰 짬자미를 없앨 묘안”이라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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