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화평법·화관법 시행··· 재계 우려에도 시행 의지 높아
재계가 내년 한꺼번에 시행되는 환경 규제입법에 대한 속도조절을 요청하고 있지만 최근 크고 작은 화학사고가 잇따르며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등 파급력이 큰 환경 규제법안이 동시에 시행된다.
산업계에선 환경규제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지만 최근 잇따르는 화학사고 소식에 국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어 규제완화 ‘불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공익감사 자문위원회를 열고 SK인천석유화학 PX공장 증설 인허가 과정을 파헤쳐달라는 인근 주민들이 청구한 공익감사를 진행키로 결론냈다.
PX공장 건립과정에서부터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던 SK인천석화는 지난달 유독성 화합물질인 나프타 유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하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
SK측은 “여름철 고온으로 인해 저장탱크의 뚜껑에 틈이 생기면서 나프타가 유출된 것으로 PX 공장과는 무관한 사고”라고 해명했지만 이후 PX공장 시운전 과정에서도 화염이 치솟으며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다다랐다.
지난 23일 울산시 남구 용연동 SK케미칼 울산공장 폐기물보관소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량 10대를 동원해 20여분만에 불을 껐다. 인명피해는 없었고 재산 피해도 미미했지만 잇따라 화학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외에도 평택시 칠괴동의 한 화학물질 제조공장에서 유증기에 의한 폭발사고, 금산의 한 화학공장에선 불산이 유출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 업체는 불산 취급 시설에서 운반용기 교체 작업 중 3.6~7.2㎏ 불산(99%)을 누출했으나 은폐를 시도했다. 벌초에 나선 주민 3명과 직원 4명 등이 불산에 노출돼 충남대 병원 등에 호송, 정밀 검진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22일 경북 칠곡군 금산리에 위치한 TV 부품 생산공장에서는 폐수처리장에서 보관하고 있던 염산 약 200리터가 유출됐다. 유출사태로 근로자 9명이 치료를 받았다. 이 많은 화학사고가 최근 일주일도 안되는 사이에 발생한 사고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태지평연구소는 최근 ‘주요 환경 이슈관련 국민인식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책 없이 규제를 완화하면 국토 환경이 파괴, 난개발이 우려되므로 환경 규제를 완화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70.6%로 나타났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투자를 활성화시켜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므로 환경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응답은 19.5%에 그쳤다. 국민정서가 환경안전 규제완화를 원치 않는다는 조사결과다.
기업들은 내년부터 화학물질 유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되는 화평법이 시행되면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큰 재정적인 부담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적·시간적·행정적 손실이 클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함께 시행되는 화관법은 법률 위반시 해당 사업장 매출액의 5%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은 가뜩이나 장기 업황 침체로 영업이익률이 2~3%대 내외로 곤두박칠 치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매출액의 5%를 부담토록 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업계의 지적과 호소에도 현재 환경부와 산업부는 화평법, 화관법 시행을 통해 환경재앙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화학물질사고로 인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도 규제 자체에 대해 반대하기 보단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는 규제의 속도조절과 함께 법안이 보다 현실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최근 화학사고들이 잇따르고 있어 환경안전 규제는 완화해선 안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강해졌다”며 “아직 법안에 대응하지 못한 업체가 많은 상황에서 기업들 피해가 우려된다”고 우려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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