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오일전쟁미-사우디 간 에너지패권 전쟁 산물
미국은 유가 상승으로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위협받자 대대적인 셰일가스·오일 생산에 나섰다. 셰일가스는 모래와 진흙이 퇴적돼 형성된 셰일층에 함유된 가스를 말한다. 유전이나 가스전에서 채굴하는 기존 가스와 화학적 성분이 동일해 난방용 연료나 석유화학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은 비전통 에너지로 불리는 셰일가스의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생겼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로 세계 오일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15.4%에서 2015년 20.2%로 상승할 전망이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세계 석유 소비를 주도하는 국가였지만 원유생산량이 늘면서 미국의 OPEC 의존도는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이 같은 상황이 위협으로 다가왔다.
국제원유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비중은 지난 1980년대 50%대에서 최근 33%대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OPEC은 이사회에서 감산하지 않기로 하면서 유가 하락을 사실상 내버려두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셰일가스를 억제하기 위해 가격전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생산단가가 높은 셰일산업의 특성상 유가 하락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셰일기업이 가격 압박에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셰일가스의 배럴당 생산비는 평균 60달러 안팎으로 추산된다. 실제 미국의 중소업체는 장기화하는 유가 하락에 석유 시추시설을 폐기하는 등 대규모 감원과 투자 축소를 발표하고 있다.
감산 합의가 불발되면서 불똥은 신흥국에 튀었다. 전체 수출의 70%, 재정 수입의 50%를 석유·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는 유가 하락과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따른 서방국가의 경제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으로 떨어지고 국채 발행 매각이 취소됐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사우디가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유가를 조작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한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작용하지만 석유 생산국가들의 치킨게임이 가미됐다”며 “OPEC가 감산결정을 하지 않은 것은 감산을 통한 가격 상승보다 시장을 점유하는 게 낫다는 판단과 미국의 셰일가스에 대항해 세계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cr21@
뉴스웨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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