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폭증 등으로 경제 펀드멘털·재정 건전성 약화 불보듯
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의 이자를 먹기위해(가져가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은 득달같이 달려든다. 그 반대의 경우 라면 화폐를 보유하는 것을 유보하게 마련이다. 이자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간단한 ‘금리의 경제학’이다.
12일 한국은행은 금리를 2.00%에서 1.75%로 전격 인하했다. 금리가 낮아졌으니 돈의 힘은 이날부터 당장 약해진다. 화폐의 힘이 약해지면 시장 참여자. 즉, 가계와 기업, 심지어 정부마저도 돈을 쥐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돈(화폐)이 실물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의미다. 어떻게 보면 돈을 쥐고 있는 기간 만큼 금리(돈)적으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디플레이션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주기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하는 논리를 내세운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금리를 낮춰서라도 돈(화폐)를 보유하고자하는 욕망을 줄이고 돈을 쓰게 만들어보자는 의미가 바로 정부와 여당의 계산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최근 우려되고 있는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어느정도 약화시킬 수 있다. 저금리에 지친 뭉칫돈들이 생산, 소비, 투자 등의 실물로 흘러들어가 경제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연 그럴까.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가계부채의 폭증이다. 가계부채가 늘면 가계는 되레 소비를 줄여 경제성장을 위축시킨다.
지난해 4분기 말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가계부채 잔액는 1089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29조8000억원(2.8%) 증가했다. 이는 분기 증가폭으로는 2002년 이후 최대치다. 전년 대비로는 67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국민 1인당 약 2150만원 수준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비단 가계 뿐이 아니다. 정부도 빚이 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채무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00년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2004년 200조원, 2008년 300조원, 2011년 400조원, 지난해 500조원을 이미 넘어섰다.
빚이 늘어난다는 의미는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성 약화로 외부충격에 바로 무너질수 있다는 의미와 같다. 돈을 갚을 능력이 점점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외부충격에 무너질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나 소규모 개방 경제인 대한민국은 대외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제 위기에 가장 취약한 측면을 드러낸다. 금리 즉, 돈(한화)의 힘을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아직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이 덜 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이 금리인하를 압박한 최경환 장관과 이를 수용한 한은의 이주열 총재가 도박을 했다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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