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CEO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시시각각으로 트렌드가 변하는, 이를테면 전자·IT 업종이라면 무엇보다 판단력이 중요할 것이다. 회사의 방향을 판가름하는 단 몇 차례 판단의 성패에 따라 회사의 존폐가 달려있으니 말이다. 건설업체라면 기술력이나 책임감에 더해, 어쩌면 발주처 또는 원청업체와의 유대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강원랜드라면 어떨까. 사실 강원랜드는 도박으로 인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유발시키는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폐특법(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명시된 것처럼 ‘폐광지역 경제 진흥을 위해’ 세워졌다. 따라서 정부와의 관계, 그리고 폐광지역 주민들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강원랜드는 존재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관광분야 전문성은 그 다음 이야기인 것이 사실이다. 이를 감안하면 여론도 움직일 줄 알고, 다양한 인맥도 가진 정치인 출신이 CEO를 맡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어쨌든 기존의 강원랜드 사장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사장 선임 이후 일단 지역인사들부터 찾았다. 폐광지역 시장군수를 찾고, 또 각 읍·면 번영회장 등 인근지역 인사까지 일일이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협조를 구했다.
반면 지난 11월 취임한 함승희 사장은 ‘불통’소리를 들으면서도 5개월간 버텨왔다. 취임 한 달이 더 지나 정선군수, 정선군의장, 경찰서장 등을 인사차 들른 것을 들며 억울해 했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이런 관행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신년음악회를 열어 한꺼번에 모았다’는 이야기를 자랑처럼 늘어놓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난 14일에도 4개시·군 시장군수를 한꺼번에 초대했다. 역시 다른 곳이 아닌 강원랜드 안에서였다. 기초단체장들의 입장에서는 강원랜드 사장이라는 것을 떠나 현 정권의 중심부와 가까울지도 모르는 이의 초대를 거부하는 것이 지역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나 부담스러웠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틀 뒤에는 인근 읍·면 번영회장들과 만났다. 물론 이들도 강원랜드로 불러냈다.
시각에 따라서는 지역 여론에 떠밀린 것이 아니라 여론과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행태의 이면에 일종의 오만함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서늘한 우려도 남는다.
함승희 사장은 훌륭한 검사였다고 대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낙하산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함 사장이 적성에 맞는 자리를 맡은 것인지는 갈수록 더 의문이다. 특히 그가 그다지 정치인으로써, 성공적이지 못한 말미를 겪었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더욱 그렇다. ‘전형적인 철새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는 접어준다 하더라도 말이다.
정선 최광호 기자 lead@jsweek.net
뉴스웨이 최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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