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 변경 행위 여부·항로 정의 문제서 1·2심 판단 달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는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일명 ‘땅콩 회항’ 사건 2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은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증거인멸과 허위 증언 강요 등의 혐의를 받은 여 모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여 상무는 1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1심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던 김 모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에게는 증거 불충분 사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로 ‘땅콩 회항’ 사건의 핵심 관련자 중 실형 복역 중이던 2명은 모두 구치소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의 혐의 중 가장 관건이 되는 부분은 항로 변경 문제였다. 이 문제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관제탑 허가를 받은 리턴이라고 해도 주기장에서 토잉카에 이끌려 활주로로 이동하는 과정(푸시백)에서 항공기를 다시 돌린 것은 항로 변경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계류장 내에서의 램프리턴은 항공기 자체 동력이 아닌 토잉카에 의해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로 변경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법규의 지나친 확장 해석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조 전 부사장에게 무죄를 판결했다.
항로 문제에 대해서도 1심과 2심의 판단이 달랐다. 1심 재판부는 “항로는 공로(空路)뿐 아니라 이륙 전 지상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며 “항공보안법 입법 취지와 국제 협약을 볼 때 항로는 항공기가 운항하는 진행경로 또는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항로의 사전적 의미는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라며 “관련 법률에 이를 규정하는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 뚜렷한 의미를 제시하지 않는 한 문헌의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한항공 측의 변론을 인정한 셈이 됐다.
조 전 부사장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죄가 인정됐다. 특히 부사장이라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운항승무원과 객실승무원에게 위력을 행사한 점에 대해서는 일부 죄가 인정돼 전체적인 형량이 감경됐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이 1심과 2심을 포함해 총 13통(1심 7통, 2심 6통)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고 공판 시 본인 진술 때마다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점, 어린 쌍둥이 아들을 둔 엄마라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은 집행유예 판결 이후 수의 대신 검정색 옷과 안경을 쓰고 법정을 나섰다. 심경을 묻는 질문에 조 전 부사장은 아무런 대답 없이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은 취재진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 측은 조 전 부사장을 대신해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대법원 상고 등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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