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따른 모든 이익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22년 만에 파격적인 보험규제 개혁이 시작됐다. 보험상품 가격경쟁을 자율화 시키고, 상품개발과 관련한 사전 규제가 없어진다. 자산운용 규제의 빗장도 풀려 보험업계가 그들만의 특화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따라 앞으로 보험업계는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으로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18일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로드맵’에 대해 “시장엔 각 보험사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고, 가격경쟁이 뜨거워져 보험산업에 큰 변화가 기대된다”고 이같이 밝혔다.
장 회장은 “앞으로 보험사는 경영계획을 세울 때 경쟁에 앞서기 위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복잡해졌다”며 “규제완화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이상, 당장 어떤 특화된 상품에 주력할 것인지, 어느 정도 가격으로 경쟁력을 내보일 것인지, 또 어떤 타깃 고객을 대상으로 어느 채널을 통해 집중 판매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이번 규제완화로 각 보험사는 그들만이 갖고 있는 인력과 상품, 가격, 자산운용 능력으로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이제는 미투 상품, 카피 전략 등이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에 따른 규율은 무섭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략을 잘 수립해야 하는데, 궁극적으로 이런 모든 경쟁을 통한 수익은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국에서 그렇게 보험업계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자율성을 준 만큼 보험사 경영진들은 자유의 값인 책임을 철저하게 져야 한다”며 “이번에 획기적으로 규제의 프레임이 바뀌었으니 보험사 경영진들은 경영책임과 함께 소비자 보호의 책임도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이번 보험산업의 규제개혁은 지난 1993년 이후 가장 큰 변화이기 때문에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작용하기 까지 어느정도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회장은 보험료가 자율화에 따른 보험료 인상 우려에 대해서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지난해 적자가 1조1000억원까지 났는데도 올해 마일리지 할인 등으로 우량고객에게 30%까지 보험료를 내려주지 않았냐”며 “가격 경쟁이 워낙 치열해졌기 때문에 보험료가 쉽게 올라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보험업계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드디어 각사만의 특화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격과 상품 경쟁이 심화되면 대형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양극화 현상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중소 보험사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거기서 거기, 붕어빵 보험 상품이 다양화됨으로써 고객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그동안 없던 베스트셀러 보험의 탄생도 가능해졌다고 본다”며 “저금리 시대에 다양한 투자를 가능케 해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창출할 여건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우선적으로 새로운 상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대형 손보사의 관계자도 “규제에 맞춰 비슷한 상품을 만들다 보니 영업력이 좋고 판매채널이 발달한 회사에 유리한 면이 있었다”면서 “배타적 사용권 확대와 규제 완화가 맞물려 정말 좋은 상품이 만들어질 환경이 조성됐고, 앞으로 상품 개발 인력과 노하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 중소형 생보사의 관계자는 “대형사에서 가격 경쟁에 나서게 되면 양극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며 “파격적인 신상품을 개발하고, 사업비가 높은 전속법인보다는 방카슈랑스, 텔레마케팅 등 비전속 채널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감을 내비쳤다.
중소형 손보사 관계자도 “대형사에겐 기회이고 중소형사엔 기회이자 위기”라며 “대형사의 상품개발 인력을 중소형사들이 따라가지 못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dw0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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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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