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연극 꽤나 본다는 관객치고 ‘극적인 하룻밤’을 모르는 이가 몇이나 될까.
다수의 스타를 탄생시키며 대학로 흥행 연극으로 자리잡은 ‘극적인 하룻밤’은 초연 당시 젊은이들의 솔직 발칙한 현실을 잘 반영해 공감을 얻으며 호평을 이끌었다. 영상을 새로 태어난 연극이 원작의 여운을 이어갈 수 있을까.
동명의 영화 '극적인 하룻밤'은 찌질남 연기의 대가 윤계상과, 처음 멜로물에 도전하는 한예리가 남녀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춘다. 연애하다 까이고, 썸 타다 놓치는 두 남녀가 원나잇 쿠폰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여자친구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고도 그녀의 결혼식장까지 찾아가 인증샷을 찍는 등 겉으로만 쿨하고 소심한 남자 정훈 역에는 윤계상이, 애인에게 정주고 마음 주고 돈까지 주고도 한 순간에 차여버린 밀당 하수 시후 역에는 한예리가 연기했다.
영화는 전 여자친구 주연(박효주 분)의 결혼식에 참석한 정훈과 전 남자친구 준석(박병은 분)의 결혼식에 참석한 시후가 각각 아픔을 안고 첫 등장한다. 정훈은 믿었던 형에게 자신의 여자친구를 빼앗겼고, 시후는 온 힘을 다해 사랑한 남자친구에게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상처를 입은채 결혼식장에 참석한다. 우연히 만난 정훈과 시후는 우연히 함께 하룻밤을 보낸다.
등장부터 강렬하다. 앙숙인 듯 동지인 듯 꼬이고 꼬인 관계 속에 놓인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를 오픈하지 못한 채 마주한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 휘말리고 또 휘말린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의 상처받은 동병상련 두 남녀는 우연 속에서 서로에 집중하게 되고, 미묘한 감정 변화를 겪게된다.
서로에 대해 알기도 전에 거사를 치른 두 남녀는 표현할 수 없는 묘한 이끌림에 휩싸인다. 커피 쿠폰이 다 완성될 때까지 원나잇을 하며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두 사람은 서로를 계속 만날 그럴듯한 명분을 찾는다.
영화는 커피와 사랑을 재치있게 빗대였다. 어떻게 블렌딩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마시는 공간, 함께 마시는 상대에 따라 혹은 어떻게 음미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커피. 식으면 맛이 없지만, 언젠가 식고 마는 커피의 특성을 사랑에 은유했다.
‘극적인 하룻밤’은 사랑의 의미를 역설하면서도, 청춘이 닿아있는 현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단순히 하룻밤 사고 라는 가벼움에 대해 소비하는게 아니라 현실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이들을 2015년 겨울로 끌어올린다.
알 수 없이 서로에게 끌리는 정훈과 시후,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로 애인에게 버림받았다 여기는 두 사람은 결국 극복해야 하는 벽과 마주한다.
기간제 체육교사인 정훈은 정직원, 정식교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가진건 마이너스 통장과 대출 뿐. 누군가 진지하게 책임지기에는 자신이 없다. 이러한 고민은 공감을 자아낸다. 연애가 싫어서 하지 않는 청춘이 어디있으랴. 영화는 할 수 없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설명하며 N포 세대를 대변한다.
윤계상의 찌질한 연기는 물이 올랐고, 한예리는 첫 멜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윤계상의 가장 큰 장점은 대사를 잘 씹어낸다는 점이다. 그는 정훈을 거창하거나 멋있게 해석해 포장하지 않고 윤계상만의 것으로 잘 표현했다.
한예리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에서 한예리는 열려있다. 온 몸의 세포를 확장시키고 시후를 받아들인 한예리의 연기가 빛난 ‘극적인 하룻밤’이었다.
상처받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설레고, 이러한 반복 속에서 다시는 연애를 하지 않겠다 다짐하지만 어느새 누군가를 쉬지않고 떠올리는 우리 이름은 청춘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오늘도 사랑하라’라고 말한다. 현실의 무게에 사랑을 망설이는 청춘이 있다면 영화가 그 해답을 안겨줄 것이다. 사랑만 하기에도 지금 오늘은 짧다. 12월3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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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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