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하락따른 실적 쇼크 현실로
연간수주 1000억 달러 목전서 좌절
고급설계 등 첨단 기술능력 키워야
글로벌 디벨로퍼 특화 전략도 방법
최근 건설업계는 한국경제의 축소판을 보는 듯 하다. 신넛크래커(가격의 일본·기술의 중국)으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경쟁력을 나날이 잃어가고 있다.
해외건설시장에서 기술력은 일본·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뒤지고, 가격에선 중국을 비롯해 유로화 약세를 앞세운 유럽의 ‘덤핑수주’에 치인다. 특히 최근엔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중동 등 산유국들의 재정 악화로 건설공사 발주가 더 위축되고 공사대금 조차 돌려받지 못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내년엔 대출규제, 금리인상, 공급과잉 등 3대 국내 악재로 ‘내우내환’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본격 ‘건설한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건설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시공만 뛰어난 반쪽 강자가 아니라 설계(엔지니어링)은 물론 기획,관리, 운영, 건설금융까지 아울러야 세계를 재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글로벌 특화기술로 건설 신대륙을 개척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산업 내우외환 직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쇼크’에 가깝다. 저유가 충격으로 수주액이 급감하면서 47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최대 호황기였던 2010년 715억달러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밑도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와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8일 현재 해외건설 수주는 461억4434만8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60억993만달러) 대비 30.0%감소했다. 저유가 지속으로 재정수지가 악화된 중동 산유국들이 대형 공사 발주를 미뤘고, 이는 곧바로 우리 건설업체들의 수주 급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역별로보면 수주텃밭이라고 불리던 중동에서 165억3025만6000달러로 전년동기(313억 5071만7000달러)보다 50%이상 줄었고, 아프리카(7억4974만4000달러)와 중남미(45억3196만7000달러) 등 신흥국들수주 물량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공종별로도 토목은 지난해 같은기간(56억6416만3000달러)보다 30억달러 가까이 증가한 85억371만달러를 기록한 반면 국내 건설사들의 주력공정인 산업설비(플랜트)는 지난해 동기 517억2071만5000달러에서 현재 264억9020만6000달러로 50% 가까이 급감했다. 산업설비는 원유생산부터 정유, 석유화학 제품 생산설비 등 다양한 플랜트를 말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을 47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추가적인 계약이 가능하긴 하나 연말, 연초 상황을 감안하면 대규모 수주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업계 예상대로 확정된다면 2010년 이후 6년만에 500억 달러 미만의 수주실적을 기록하게 된다.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2009년 491억달러에서 2010년 716억달러를 돌파하며, 7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후 2011년 591억달러, 2012년 649억달러, 2013년 652억달러, 2014년 660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유지해왔다.
문제는 저유가 충격이 내년에도 계속될 수 밖에 없는 데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가 악화될 경우 플랜트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나 신흥산유국들의 인프라 투자도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여건도 올해와는 판이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미국 금리인상과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예고로 부동산 시장이 가격 조정기에 들어갔다는 게 정설이다. 이미 부동산 투자 심리에 타격이 가해져 시장 침체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특화기술 절실
한국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한국건설기술연구원 기준)은 세계 8위다. 미국이 4년 연속 1위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가운데 독일이 2위, 중국이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스페인(4위), 프랑스(5위) 등 유럽국가가 뒤를 이었다.
세계 10위권의 한국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상위랭크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시공능력이나 가격경쟁력이 아니라 설계(토목·건축·플랜트 설계)를 비롯해 건설사업관리, 사업기획 등 소프트웨어 분야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건설 수익률의 경우 시공보다 설계·기획 분야가 훨씬 높다.
최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단순 시공능력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사업기획, 프로젝트 관리·시공·운영뿐 아니라, 건설금융·외교를 포괄하는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건설산업의 해외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고, 연 1000억달러 수주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선 설계·기획·관리 분야 기술력을 확실히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건설사별로 차별화된 전문 기술력과 공사 종류별 강점을 갖추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를 토대로 공사 수주로 ‘선택과 집중’의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건설사 어닝 쇼크의 주요 원인이 됐던 플랜트 분야가 대표적이다. 세계 플랜트 시장이 서서히 커지고 있다는 이유로 설계(엔지니어링)능력 향상 등 치밀한 준비없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다가 건설사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플랜트 시장에 어설프게 뛰어들지 말고 뛰어난 시공능력을 더욱 키워 관리나 시행, 운영능력을 높여 세계적인 디벨로퍼로 특화하는 전략을 구사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35년 연속 미국 상위 건설업체에 들어가는 유일한 회사 센텍스는 빌딩, 주택, 부동산 분야를 특화하고 있다. 7개의 서로 다른 브랜드를 활용해 다양한 개념의 주택사업을 벌인다. 미국 내 2위 건설사인 플루어는 유연탄과 금 등 지하자원 개발사업,핼리버턴은 에너지 관련 플랜트 설계·시공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일본 건설업체들은 토목 분양에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사례가 많다. 이는 일본의 자연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도쿄의 지질은 도쿄도 청사가 있는 신주쿠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지하 70~80미터까지 화산재와 점토등이 쌓여 이뤄진 토사층이다. 태풍과 해일 등 자연재해가 많은 것도 토목 기술과 기계화 시공이 발달한 이유다. 이 분양의 대표적인 건설사가 시미즈건설이다.
도시환경, 친환경건축도 일본 건설사들이 강세다. 다이세이건설은 도시환경 개설기술, 환경을 고려한 건축기술, 신재료 건축 등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건설사들이 토목·건축·플랜트 중 어느 한가지 공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국내 건설사들은 모든 공종을 골고루 잘하는 종합 시공력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건설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모든 공종을 전부 다 잘하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 한두가지 특화전략만으로 집중하면 저가수주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상명하복식 문화도 바꿔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개선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관련태그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ks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