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들의 CD금리로 잠정 결론내리고 제재절차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은행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은행들이 CD금리 담합을 했다는 근거는 2012년 시중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CD금리를 낮추지 않고 일정기간을 유지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이같은 명분은 빈약하다. CD금리는 은행들이 발행을 할 뿐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은행 담당자들이 서로 모여 금리를 ‘이러쿵 저러쿵’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은행이 CD금리를 발행하면 국내 10개 증권사가 금리를 평가해 하루에 두 번 수익률을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한다. 금투협은 보고받은 것을 바탕으로 가장 높은 값과 낮은 값을 빼고 나머지 8개 금리를 평균해 산출한다. CD금리 결정 시스템만 보더라도 은행들이 담합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행들이 서로 모여 금리를 논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담합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서로 짜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은행들의 CD금리가 몇년 째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의혹은 있다. 하지만 단순 의혹일 뿐이다.
공정위가 은행들의 CD금리 담합 결정에 대해 자신있어 하기 때문에 '물증'을 확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금리결정 시스템을 무시한 채 의혹만을 가지고 담합 여부를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명확한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제재를 한다는 여론몰이를 한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CD금리 담합은 전 국민의 관심사다. 지난 2012년 12월 코픽스(COFIX)라는 금리체제 도입 이전까지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기준금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 결정으로 여론은 담합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은 은행들을 도둑으로 내몰고 있다. 내달 심판정(전원위원회)의 결정이 남았지만 국민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이미 도둑 취급을 하고 있다.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의혹이 있어 조사를 했고 최종 결정은 심판정에서 하기 때문에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공정위는 이미 승자가 됐고 은행은 도둑이 됐다.
은행은 신뢰가 생명이다. 도둑에게 내 돈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 국민 정서다. 무형의 자산인 신뢰를 잃어버린 은행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은행은 단순 기업이 아니다. 공적인 역할을 한다. 유럽을 비롯해 중국까지 제2의 금융위기(2008년 리먼파산 이후)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 때 은행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면서까지 공정위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 경제검찰로서의 위상을 얻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여론의 눈을 돌리려는 또다른 의도가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홍은호 자본시장부장 eh@
뉴스웨이 홍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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