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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또 담합’···대한민국 건설산업 어디로

‘담합 또 담합’···대한민국 건설산업 어디로

등록 2016.04.19 16:02

수정 2016.04.19 16:19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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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터지는 입찰담합 과징금만 수천억원공공공사 발주 급감···MB정부 4분의1 수준잘해야 본전···영업 이익으로 이자도 버거워조선이어 건설까지 망가지면 한국경제 위험

공정거래위원회가 액화천역가스(LNG) 탱크 공사의 대대적인 입찰 담합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대우건설이 시공한 삼척 LNG가스탱크 프로젝트 전경. 사진제공=대우건설공정거래위원회가 액화천역가스(LNG) 탱크 공사의 대대적인 입찰 담합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대우건설이 시공한 삼척 LNG가스탱크 프로젝트 전경. 사진제공=대우건설



건설업계가 또다시 ‘사면초가’다. 올해 들어 국내 주택·건설경기가 크게 꺾이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정부 공공 발주가 급감하면서 먹거리가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05년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삼척, 평택, 통영 LNG가스탱크 공사 관련 담합으로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들이 최대 50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정위발 사정 리스크다. 중견건설사들은 자금난을 겪으며 영업이익으로 금융이자조차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건설사 부실이 금융기관으로 전가될 염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과징금 등 잇따른 악재 터져

일단 사업 안정성이 높은 공공공사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MB정부에 비하면 거의 4 분의 1수준으로 발주량이 감소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주로 먹고 살아야하는 건설사들로서는 가장 뼈아프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월 공공공사 수주액이 3조 4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1988억원)에 비해 4.8% 감소했다.

건설사 리스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입찰담합에 따른 과징금 폭탄에 건설사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이번에는 LNG(액화천연가스) 가스탱크 공사다. 연루된 건설사만 13개에 달한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웬만한 대형 건설사들은 모두 포함됐다. 한국가스공사가 2005년부터 발주했던 삼척·통영·평택 LNG저장탱크 건설 공사를 수주하면 서 ‘짬짜미’를 해 공사를 나눠 먹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달 전원회의를 열고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과징금 규모는 역대 최대인 50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건설업계에 부과 된 최대 담합 과징금은 2014년 7월 호남고속철도 담합 과징금으로 4355억원이었다.

과징금만 문제가 아니다. 공정위 과징금 처 분을 받은 건설사는 국책 사업 참여에 제한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4대강 공사 입찰 담합, 호남고속철도 건설 담합 건을 두고 지난해 광복절 사면을 받은 건설사에 LNG 탱크 건설 담합이란 ‘발등의 불’이 또 떨어진 셈이다.

검찰도 건설업계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반시설인 ‘원주-강릉’ 철도 공사 입찰 담합 의혹 수사에 나선 것.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19일 오전 이 사업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KCC건설 등 대형건설사 4곳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검사 포함 60여명의 수사진을 동원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으로 입찰 관련 서류 및 전산기록, 회계장부, 사업계획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4개 공사구간을 1개 구간씩 수주할 수 있도록 입찰가를 사전 합의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아울러 이 사업과 관련한 회사의 핵심 임원들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3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것으로 9000억원대 사업비가 투입됐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이 철도시설공단을 감사하다가 담합 관련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총선 정국이 끝난 뒤 검찰발 기업 사정(司正)이 본격화 했다고 보고 있다.

◇한계기업 속출···이자내기 버거워

건설업계 자금사정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주택시장은 호황을 누렸지만 중동 등 해외 프로젝트에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으로 회생을 준비중인 건설사들은 주택시장의 호황을 누리지도 못하고 경쟁력이 저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중견건설사들의 부실은 돈을 빌려 준 계열사나 금융기관으로 부실이 전가될 우려가 있어 우려감이 커진다.

KCC건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이자보상배율은 마이너스 7.7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한계기업’을 규정할 때 쓰이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5 이상이면 상환능력이 안정적인 것으로, 1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평가된다.

KCC건설의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대규모 영업적자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93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전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KCC건설은 토목과 분양사업에서 발생한 추가비용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며 손실폭이 증가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준공된 카자흐스탄 도로공사를 맡은 KCC건설은 사업 지연으로 손실액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자산 매각을 통해 빚을 상환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 0.34를 기록한 한라는 전년에도 영업이익 규모가 이자비용을 밑도는 등 자금난이 계속되고 있다. 차입금은 6000억원을 넘어섰다. 빚 부담을 덜어내고자 한라는 지난해 한라홀딩스 보유 지분(540억원)을 매각하며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업체가 적지않다.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삼성물산(0.4)과 SK건설(0.1)의 이자보상배율이 1에 미치지 못했다. 한화건설(-4.5) 두산건설(-1.1) 등의 그룹 계열 건설사도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은 마이너스 48.0으로 가장 낮은 업체 중 하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해외공사 손실로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 자본잠식에 빠진 탓이다.

◇고육지책 구조조정 칼바람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내수 경기 살리기의 한 축을 담당하던 건설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인력감축을 진행한 건설사는 삼성물산이다. 최근 삼성물산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건설 부문 직원 수는 총 7952명이다. 2014년 연말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직원 수와, 같은 기간 제일모직의 건설 직원 수를 합한 8871명의 10.4%에 해당하는 919명이 줄어든 규모다. 1년 새 직원이 10명 중 9명으로 줄어든 셈이다.

다음으론 SK건설이 눈에 띈다. 2014년 총 직원 수(6277명)의 8%에 해당하는 498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2013년 보다는 585명(9.2%)이 줄었다. 이외에도 ▲GS건설(129명, 2%) ▲현대건설(95명, 1.3%) ▲포스코건설(13명, 0.2%) ▲대림산업(2명, 0.04%) 등의 직원 수가 감소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 외에 내수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이 바로 건설업이다. 고용이라는 관점에서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과징금 폭탄을 거두고 규제 개혁에 정부가 앞장서는 등 업계 살리기에 동참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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