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위는 공정한가?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하는 심사보고서를 지난 4일 발송했다. 전날인 11일까지 이해당사자 기업에게 의견서 제출을 명령했고 오는 15일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공정위의 결정은 제 할일을 한 것이다. ‘허’이든 ‘불허’이든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는 혼란스럽다. 공정위의 ‘밀실심사’가 ‘설’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공정위 덕분에 공공연하게 ‘외압설’ 이야기가 나돈다. 공정위가 청와대나 일부 방송사 등 다른 곳의 외압 때문에 ‘불허’ 보고서를 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 이번 결정을 어떻게 내렸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이다. 공정위는 권역별 점유율을 이유로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는데, 지역 케이블 사업자는 시작부터 독점적 지위를 가졌다는 점에서 판단 근거가 틀렸다는 주장이다. 판단 기준이 애매한 상황에서 ‘불허’ 결정을 내렸으니 ‘외압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경우 공정성 시비 문제를 없애기 위해 기업 결합심사에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통신방송 분야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공익성을 ,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경쟁 제한성 심사 등을 진행한다. 이 과정은 모두 공개된다. 최종 심사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기업 인수합병 자료를 공개하고 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의 운명, 나아가 산업 전반의 운명을 결정할 공정위의 결정이 ‘설’에 시달리는 것은 우려스럽다. 매번 기업 인수합병 심사 때마다 ‘밀실 심사’ ‘외압설’이 불거져서야 되겠는가.

한재희 기자 han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