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박 매물 풍부, 한진해운 선박 구입은 강요 한진해운 해외 인력 및 네트워크 현대상선과 중복현대상선 상반기 4100억원 적자, 인수 여력 없어
채권단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알짜자산 매각’이 실체없는 책임면피용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반면 정부는 해외에 매각됐을 경우 국내 해운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현대상선의 매입을 강조하고 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금융시장의 영향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매입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진해운 보유 선박 중 영업이익 창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선박의 인수 및 해외 영업 네트워크와 핵심 인력 등의 인수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하여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선박 메리트 있나? = 정부가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자산 매입 계획을 발표한 직후 채권단 일각에서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진해운은 그동안 자체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해외 운영권, 터미널 등 돈이 될 만한 자산은 대부분 (주)한진에 매각했다. 이에 빌려온 선박(용선)을 제외할 경우 60척 가량의 회사 선박(사선)과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터미널 지분(54%), 해외 영업망과 인력 등이 남는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자산이 선박(4조6000억원 규모)인 상황에서 문제는 세계 경제 부진과 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선박에 대한 수요 감소는 물론 그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은 대부분 건조한지 오래된 중고선박이고, 선박의 가치가 예전만 못해 큰 인수 메리트가 없다”며 “매입을 해야 한다면 시장의 많은 매물 가운데 저렴한 매물을 사들이는 것이 이득”이라고 말했다.
영국 조선·해운조사업체 배슬 밸류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 8월까지 선박 해체량은 1000여척, 총 5200만DWT(재화총화물톤수)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2년 이후 최대 수준의 해체량이다.
헤운업계 관계자는 “불황과 선박공급 과잉으로 사용연한이 다 되지 않는 선박을 선주들이 고철로 처리하고 있다”며 “새로 건조한 선박도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선박 인수가 현대상선의 경쟁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핵심자산은 인력과 네트워크? = 현대상선이 인수할 한진해운의 선박과 해외영업권의 메리트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한진해운의 인력과 해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선박이나 영업권도 중요하지만, 해외 영업력을 가진 인력과 네트워크도 무시할 수 없다”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해외 영업망과 네트워크를 합치면 국내 해운업의 해외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진해운의 핵심 유형자산은 이미 대부분 매각된 상황에서 현대상선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 부분은 한진해운이 그동안 해외 화주들과 구축해온 영업망 이라는 설명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노선 1개를 구축하는 데 1조5000억원 규모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해외 현지법인은 23개, 영업지점 100여개를 바탕으로 70여개의 원양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양사의 사업분야가 ‘컨테이너선’으로 겹치고, 주력 영업노선도 미주·유럽 등으로 동일해 그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해외 선주들이 대거 ‘머스크’와 같은 대형 해운사로 갈아탈 것이라는 위험도 존재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해외 화주들에게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인력과 네트워크를 인수한다고 전과 같은 수주를 받을 수 있겠냐”며 의문을 드러냈다.
◇현대상선 인수 여력은, 혈세 투입될까? = 구조조정을 마치고 경영정상화 궤도에 이제 막 오른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자산을 매입할 여력이 있는 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정부는 실제자산이 아닌 인력과 네트워크 중심의 인수이고, 청산과정을 거쳐 가격조정을 거친 만큼 충분히 인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의 시각은 다르다. 현대상선은 지난 7월 7000억원 규모의 채권단 출자전환을 통해 간신히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끌어내렸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기준 417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아직 흑자전환도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외부에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현대상선으로서는 채권단에 기대는 길밖에 남지 않는다. 이는 현대상선이 정부의 선박펀드를 통한 신규 선박건조를 지원 받기 위해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유지해야하는 '족쇄'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원 없이는 현대상선의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에 나설 경우 해운업 구조조정에 혈세 투입은 없다는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과 상충되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 형평성 논란마저 불러올 예정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이번 방안에 대해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자 마저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이 두루뭉실하고,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좀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알겟지만 지금 방안만을 놓고 본다면 실효성이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
뉴스웨이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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