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vs이주열···‘금리인하 여력’-‘나라곳간 튼튼’가계는 빚 늘고 소득 줄어···각자 책임론은 회피저성장 현실화에 해법 제시 없이 ‘확대’만 주장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에 간 재정당국 수장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통화당국 수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또 한 번 통화·재정정책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이 총재는 재정정책이 좀 더 뒷받침돼야 한다며 역할을 강조하자, 유 부총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기준금리는 아직 인하여력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네가 먼저 액션을 취하라’는 얘기다.
◇ ‘네가 먼저 풀어라’ 식지 않는 통화vs재정 여력
이들의 ‘간섭’은 해외에 나가면 더욱 과감해진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총재 간 입씨름은 연초 여당 내부에서 ‘한국판 양적완화’ 얘기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 부총리는 내심 한은의 지원사격을 바랐지만, 이 총재는 한은의 기본원칙을 내세워 신중한 입장을 취했었다. 이 총재는 오히려 ‘한국판 양적완화’는 재정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다 4월 미국 뉴욕에서 가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 부총리는 ‘두 가지 수단을 쓸 여력이 있다’며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압박했고, ‘한국판 양적완화’를 두고 5월 독일에서 열린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는 국민적 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한은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수위를 높였다. 이 때 양대수장의 기싸움에 양 기관은 어색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상반기 한은의 결정은 정부의 희망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기업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한국판 양적완화’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정책방향대로 한은은 ‘자본확충펀드’를 구축했다.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메르스 사태 이후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정부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면서 추경을 마련했다.
반년 만에 정부는 또 한 번 통화정책 완화를 주장했다. IMF·WB 연차총회에서 유 부총리는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 역시 정부가 재정을 더 풀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유 부총리는 추경·재정보강·슈퍼예산 등으로 여력이 없다고 설명하면서 바통이 한은으로 넘어갔음을 시사했다. ‘네가 먼저 풀어라’는 양대수장의 기싸움이 또 한 번 재개된 것이다.
◇ 9년째 저성장···‘뇌관’만 커지는 한국경제 저성장은 우리경제에 더 이상 우려가 아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 기저효과로 깜짝 반등에 성공한 것을 제외하면 2008년부터 9년째 온전한 성장을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재정을 풀고,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렸다. 침체 충격을 완화해 세계경제와 국내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저금리 기조는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경기침체에 방어적인 통화·재정정책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해결보다 리스크만 늘어났다는 점이다.
풀린 돈은 부동산으로 몰렸다. 정부의 지원 아래 ‘떨어질 리 없다’는 시장 내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과열은 저금리와 맞물려 가계부채를 키웠다. 최근 1년 새 가계부채는 10% 넘게 증가했지만, 소득은 1% 늘어나는 데 불과했다.
정부는 내수를 살리겠다며 개소세 인하·대규모 할인행사 등 단기성 대책을 남발했고, 현정부 4년 동안 추경은 3번이나 편성됐다. 이는 반짝 반등 이후 오히려 소비절벽을 불러왔다. 같은 기간 우리경제의 재정의존도는 높아졌고, 국가부채 비중은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결과로 가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유일호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에게)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며 “폴리시믹스(정책조합) 중요성을 알면서도 서로 줄다리기 하듯 발언만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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