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에서 무덤으로 전락배타적 문화에 현지화 어려워최근 사드 배치따른 보복까지롯데·신세계 공룡기업도 실패
국내 유통사들이 중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실패의 근본적인 이유를 중국의 배타적 문화에 따른 현지화 실패라고 꼽는다. 한국서 장사하던 방식으로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며 몸집부터 불리고 보자는 전략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유통업으로 등록된 회사만 5만여개가 넘는다. 현재 중국 내에는 잘 설계된 대형 쇼핑몰이 4000여개가 넘고 쇼핑몰 수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엄청난 숫자의 유통사들의 전쟁 속에서 중국소비자들의 소비습관, 문화 등을 고려하지 않고 ‘영토확장’에만 급급했던 국내 사업자들의 전략이 천문학적인 적자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꼽을 수 있다. 유통 노하우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기업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1997년 국내 유통업체 중 처음으로 중국 진출 출사표를 던졌다.
일찌감치 터를 닦았던 이마트는 중국 정부의 유통시장 개방 이후인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때만해도 정 부회장은 10년 내 이마트 100호점까지 점포를 늘리겠다고 자신있게 포부를 밝히며 서둘러 점포를 늘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목표치의 3분의 1도 안되는 27개 점포를 오픈했을 때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 있었다. 중국 진출 9년 만인 2013년에는 이마트 중국법인이 매분기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내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결국 정 부회장은 상하이와 함께 양대 축이던 톈진 점포를 포기하고 대다수 점포를 매각하면서‘중국 철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 내 이마트 점포는 8개에 불과하다.
이마트가 중국에서 실패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국의 배타적 문화에 따른 현지화 실패가 꼽히지만 앞뒤 안보고 무조건적인 점포확장 전략으로 임차료 부담, 입지 선정 실패 등 시장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10년전 중국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던 롯데마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롯데마트는 2007년 12월 네덜란드계 마크로(Makro) 8개점을 인수하며 중국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이 현지 사업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2009년 10월에는 중국 내 대형마트인 타임즈 65개점을 인수하며 세력 확대에 나섰다. 롯데는 이후에도 점포수를 계속 늘려 2011년 94개, 2012년 102개, 현재 115개 점포를 갖고 있다. 점포 확장에 매진하던 롯데마트는 2013년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하나씩 폐점하고 있는 상황. 최근에도 베이징 인근 롯데슈퍼 매장 3곳을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역시 진출 초반 현지화 전략에 실패한 것이 가장 영향이 컸다.
롯데마트는 작년 영업손실 97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610억원)보다 손실 폭이 더 커졌다. 매출액도 8조5080억 원으로 0.5% 감소했다.
특히 해외부문 부진이 뼈아팠다. 작년 해외 할인점은 영업손실 1240억원을 기록하며 2011년부터 6년 연속 만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시장 부진의 여파가 컸다. 현재 롯데마트 전체 해외 할인점은 174개점으로 이 중 중국에만 115개 점포가 몰려있다. 이는 전체 할인점의 7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 법인은 2013년부터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사드부지를 제공한 것에 대한 중국당국의 보복성 조치로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얼마 전 베이징 공상국(공상행정관리국)은 의류 품질 불합격 명단 37곳에 롯데슈퍼 4곳이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제조사와 중개판매 업체가 아닌 판매처 업체가 언급된 것은 롯데슈퍼가 유일하다.
지난 2015년 롯데家의 형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역시 중국사업의 실패가 단초가 됐다. 신 회장이 중국시장에서 1조원 손실 사실을 제대로 보고 하지 않으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격분, 신 회장에게 기울었던 마음을 돌리는데 중요 변수를 제공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형유통업체들이 향후 성장성 확보를 위해 어떠한 전략을 전개해 나아갈 지가 중요한 시기”라며 “지금까지 진행해오던 방식을 고수할 지 기존 업체들간의 경쟁을 통해 점유율을 늘려나가는 전략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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